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가시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1,200원선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외환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이면서 당국도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음 주 들어서도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 "설마 했는데…" 외환 딜링룸 패닉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달러당 1,179.9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29.7원 높게 거래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180.3원으로까지 고점을 높이며 전일 종가보다 최대 30.1원 올랐다.

1,180원선 위로 올라선 것은 종가 기준 지난 3일 1,183.6원을 기록한 이후 20일 만이다.

하루 변동폭은 최대 33.20원을 나타내 지난 2011년 9월 23일 46.00원 변동폭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오전 11시 이후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면서 딜링룸은 충격 속에 전쟁을 치렀다.

한 은행 딜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업체 주문과 환율 문의가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다.

점심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며 빠른 목소리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당국은 브렉시트가 가시화하면서 이날 오후 2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다시 개최하고 시장 안정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외환·금융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말했다.

◇ 안전자산 선호에 엔화 강세…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우선 브렉시트 가시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는 가치가 급등해 한때 달러당 100엔선이 잠시 무너지기도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외환시장 급변동에 관해 안정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면서 엔화는 달러당 101원 선에서 횡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화와 유로화,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이 브렉시트 반대를 예상해 대응을 해왔다는 점은 이날 충격을 배가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해온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사건이 부동층의 브렉시트 반대 지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은 브렉시트 부결 쪽에 기대를 반영해왔다.

외환시장이 충격에 휩싸이자 당국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장중 달러당 1,180.3원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당국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화 매도와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감에 막혀 1,180원선 안착에 실패했다.

단기 고점으로 인식한 수출업체 달러화 매도도 1,180원대 방어에 역할을 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1,180원선에서 레벨 부담으로 수차례 꺾인 것을 보면 당국의 변동성 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예상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다만 1,180원선이 뚫리면 당국의 개입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1,200원 진입 가능…충격 지나면 되돌림 나타날 수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 혹은 그 이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국내 시장이 마무리되더라도 뉴욕과 유럽 시장의 거래가 이어지는 만큼 다음 주에도 혼란 상황 지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은 "다음 주까지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달러당 1,200원선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다만 "예상치 못한 선거 결과의 충격이 컸지만 영국과 유럽연합 간 협상 조율 등 후속 이슈가 부각되면 투표 결과에 따른 충격은 어느 정도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수출업체는 지금이 고점이라는 판단에 월말 원화 수요에 따른 달러화 매도 주문을 내놓기도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 시장 참가자는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니어서 당국도 미세조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1,180원선 위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밤부터 뉴욕시장이 시작하면 역외에서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해 다음주 초 1,190원대 초반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1,230원선까지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1,200원선을 쉽게 돌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