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천경자·오윤…여름 화단 '별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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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박수근·백남준 등 한국 화단 빛낸 거장 총출동
시대와 이념 초월해 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 감상 기회
시대와 이념 초월해 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 감상 기회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컬러감이 돋보이는 수화 김환기 화백의 점화(點畵)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길을 옮기면 6·25전쟁 당시 그린 ‘진해풍경’과 ‘판자집’ ‘피란열차’ 등 구상 작품이 조곤조곤 말을 걸어온다.
한국적 서정을 세련된 모더니즘으로 추구한 김 화백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한국 현대회화의 독창성을 구축했다. 특히 그의 점화에는 서구 모더니스트들의 냉랭하고 물질뿐인 올오버 페인팅, 색면파 추상, 미니멀 아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양적 서정과 미학이 서려 있다. 1970년 그린 점화 ‘무제’는 지난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300만홍콩달러(약 48억6750만원)에 팔려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 화백의 점화를 비롯해 백남준 천경자 이중섭 박수근 이대원 장욱진 오윤 나혜석 등 한국 화단을 빛낸 거장들의 작품이 여름 화단을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다. 시대와 이념을 초월해 흉내 낼 수 없는 표현력과 독창성,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를 담아낸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기회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천경자 화백의 걸작들은 오는 8월7일까지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6일 별세한 천 화백의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에는 1998년 작가가 서울시에 기증한 93점 외에 수작으로 꼽히는 ‘고(孤)’ ‘초원Ⅱ’ ‘막은 내리고’ 등 100여점이 걸렸다.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10주기 추모전 ‘플럭서스’에는 백남준 유가족이 소장한 ‘시집 온 부처’(1989~1992)를 비롯해 독일 쿤스트할레 브레멘과 개인 소장가들에게 빌려온 비디오아트 200여점이 나와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거장의 작품을 비교하며 한국미술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다.
올해로 30주기를 맞은 오윤 화백 회고전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1970~198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이단아였던 오 화백은 소설 ‘갯마을’을 쓴 오영수의 아들이다. 한때 사찰 탱화에 심취했던 그는 탈춤 같은 전통춤뿐만 아니라 세잔의 인상주의 화풍, 멕시코의 변혁적 리얼리즘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회현실을 꿰뚫어보고 한민족의 억센 숨결을 형상화했다. 8월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에서는 목판화와 드로잉 유화 조소 등 유작 2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40세에 요절한 작가의 재평가를 위해 수집해놓은 풍부한 실물 작품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색채 마술사’ 이대원과 ‘동심의 작가’ 장욱진 화백이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현장을 보여주는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재능교육이 운영하는 JCC미술관이 기획한 ‘혜화동 풍경’전(7월10일까지)은 서울 혜화동에서 거주한 두 작가의 작품과 기록 자료를 통해 그곳에 숨어있는 문화예술의 향취를 되짚어 준다. 장 화백 화실인 명륜동 관어당을 전시장에 되살려 그가 작업하던 생생한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1935년 이사해 70년을 보낸 이 화백의 혜화동 시절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중섭 화백 작품도 놓칠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이중섭 탄생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 ‘이중섭, 백년의 신화’가 10월3일까지 이어진다.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은지화 3점을 비롯해 60여곳의 소장처에서 빌려온 작품 200여점이 걸렸다.
1965년 서울 중앙공보관에서 열린 유작전 이후 공개되지 않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 ‘귀로’는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다음달 25일부터 내년 4월24일까지 전시된다. 한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이자 문학가,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선 정월 나혜석의 탄생 120주년 특별전은 8월21일까지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저마다 특유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작가들의 작품이 근·현대 한국미술에 대한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며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적 서정을 세련된 모더니즘으로 추구한 김 화백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한국 현대회화의 독창성을 구축했다. 특히 그의 점화에는 서구 모더니스트들의 냉랭하고 물질뿐인 올오버 페인팅, 색면파 추상, 미니멀 아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양적 서정과 미학이 서려 있다. 1970년 그린 점화 ‘무제’는 지난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300만홍콩달러(약 48억6750만원)에 팔려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 화백의 점화를 비롯해 백남준 천경자 이중섭 박수근 이대원 장욱진 오윤 나혜석 등 한국 화단을 빛낸 거장들의 작품이 여름 화단을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다. 시대와 이념을 초월해 흉내 낼 수 없는 표현력과 독창성,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를 담아낸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기회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천경자 화백의 걸작들은 오는 8월7일까지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6일 별세한 천 화백의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에는 1998년 작가가 서울시에 기증한 93점 외에 수작으로 꼽히는 ‘고(孤)’ ‘초원Ⅱ’ ‘막은 내리고’ 등 100여점이 걸렸다.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10주기 추모전 ‘플럭서스’에는 백남준 유가족이 소장한 ‘시집 온 부처’(1989~1992)를 비롯해 독일 쿤스트할레 브레멘과 개인 소장가들에게 빌려온 비디오아트 200여점이 나와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거장의 작품을 비교하며 한국미술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다.
올해로 30주기를 맞은 오윤 화백 회고전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1970~198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이단아였던 오 화백은 소설 ‘갯마을’을 쓴 오영수의 아들이다. 한때 사찰 탱화에 심취했던 그는 탈춤 같은 전통춤뿐만 아니라 세잔의 인상주의 화풍, 멕시코의 변혁적 리얼리즘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회현실을 꿰뚫어보고 한민족의 억센 숨결을 형상화했다. 8월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에서는 목판화와 드로잉 유화 조소 등 유작 2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40세에 요절한 작가의 재평가를 위해 수집해놓은 풍부한 실물 작품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색채 마술사’ 이대원과 ‘동심의 작가’ 장욱진 화백이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현장을 보여주는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재능교육이 운영하는 JCC미술관이 기획한 ‘혜화동 풍경’전(7월10일까지)은 서울 혜화동에서 거주한 두 작가의 작품과 기록 자료를 통해 그곳에 숨어있는 문화예술의 향취를 되짚어 준다. 장 화백 화실인 명륜동 관어당을 전시장에 되살려 그가 작업하던 생생한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1935년 이사해 70년을 보낸 이 화백의 혜화동 시절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중섭 화백 작품도 놓칠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이중섭 탄생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 ‘이중섭, 백년의 신화’가 10월3일까지 이어진다.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은지화 3점을 비롯해 60여곳의 소장처에서 빌려온 작품 200여점이 걸렸다.
1965년 서울 중앙공보관에서 열린 유작전 이후 공개되지 않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 ‘귀로’는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다음달 25일부터 내년 4월24일까지 전시된다. 한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이자 문학가,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선 정월 나혜석의 탄생 120주년 특별전은 8월21일까지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저마다 특유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작가들의 작품이 근·현대 한국미술에 대한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며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