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중심에서 미래 삶 준비하는 교육으로 가야"
"누리과정 예산 해법 안보여…야당 힘 모아달라"

다음 달 1일 취임 2년을 맞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학생과 현장'에 중심을 두었다면 남은 2년은 '교사와 학교'라는 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시급한 과제는 학급당 적정수준의 학생을 배정하고 그에 맞는 교원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또 대입을 목적으로 한 학교문화도 바꿔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누리과정에 따른 예산 압박 때문에 교육환경과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많이 부족했다"며 "(교육재정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힘을 모아 교육재정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취임 2년 소감은.
▲ 지난 2년을 돌이켜보니 가장 보람 있던 것은 '9시 등교' 시행으로 학생들이 행복해졌단 것이다.

학생들이 아침에 여유를 갖고 부모와 이야기 나누고 함께 식사하게 됐고, 수업 중 조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변화도 생겼다.

시행 초기엔 교장 선생님들이 반대도 하고 우려도 컸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잘한 정책이다'라는 평가도 받는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건 학생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교사, 교장, 학교, 교육청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9시 등교'라는 하나의 도전을 시작으로 수업시수, 시험횟수 등 학교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여러 교육 여건들이 또 다른 도전 과제로 떠올랐고, 이것들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임기 동안 지역별 교사와 교장, 학부모를 정기적으로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무엇을 얻었나.

▲ 지역을 돌며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을 만나왔고 그 만남을 24번째(5월 16일 기준) 이어왔다.

교장 선생님들과 면담 내용은 모두 기록해 교장 선생님들의 질문, 그에 대한 답변, 실제 정책으로 옮겨진 사례 등을 정리해 교장선생들님들에게 드렸다.

그랬더니 교장들이 저와의 대화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처음 교장협의회를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꺼내기 어려운 속마음을 이야기하시더라. 교장 선생님들의 의견으로 학교 교육용 컴퓨터 중 노후화로 구동조차 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교체했다.

누리과정 예산확보 문제로 줄였던 학교운영비도 2년여 만에 증액했다.

모두 학교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지역별 학부모 간담회도 해왔는데 학부모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려졌다.

임기 말에는 교사와 학생들까지도 더 만날 거다.

학교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어떻게든 집약해볼 생각이다.

큰 흐름에서 공통점이 있을 거다.

-- 경기 혁신교육의 철학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 기존의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혁신교육은 교육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가령 이제까지 입시 중심의 교육이었다면 앞으로는 학생들의 미래 삶을 준비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 자체도 가르침 중심이었다면 이젠 배움 중심으로 가는 거다.

더 나아가 혁신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민주, 평화, 세계 시민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궁극적인 혁신교육의 목적이다.

내년부터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수도권 학생들은 공통교과서로 민주, 평화, 세계시민 교육을 받게 된다.

또 하나 혁신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혁신교육은 하나의 틀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변화와 방법론이 추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도에는 4천 개가 넘는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있다.

교사들은 이 학습공동체에서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연구하고 교실에서 스스로 혁신교육을 만든다.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혁신교육의 희망을 보고 있다.

-- 누리과정 예산문제는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당 대표들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문제에 대한 교육감들의 고민을 전달했는데 '법률적 한계'를 이야기하더라. 그렇게 접근하면 길은 없다.

대통령은 '작년보다 올해 교부금 1조8천억원 더 갔는데 교육청들은 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다.

법률상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편성은 교육청이 아닌 중앙정부 소관 사항이다.

이런 내용을 새롭게 출범한 20대 국회의원들이 정확하게 짚어주길 바란다.

-- 단원고 '기억교실'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억교실에 대한 입장은.
▲ 학교와 유가족, 재학생 학부모가 논의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교육감이 정할 문제가 아니다.

논의 과정을 기다리고 지켜보자.


--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생각은.
▲ 학교문화를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대학입시제도다.

'학생들을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해방할 수 없을까' 항상 고민한다.

원하는 대학을 가는 학생은 1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90% 학생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서 제시하겠다.

남은 2년간 대입제도 변화에 조금이라도 성과를 남길 수 있길 바란다.

-- 그동안 '학생중심, 행복한 학교'를 중점 과제로 삼았다.

앞으로 어떤 교육을 펼치시겠는가.

▲ 임기 전반기 2년의 주제가 '학생과 현장'이었다면 남은 임기 2년의 주제는 '교사와 학교'다.

교육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충분한 교원 확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여유로워야 교사, 학생의 창의력, 상상력도 충분히 발휘된다.

경기도는 지역에 따라 학급당 인원수가 40명이 넘는 곳도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은 교사든 학생이든 생각(사고)할 여유조차 없다.

학급당 적정수의 학생을 배정하고 그에 맞는 교원을 확대하는 일이 남은 임기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근본적으로 교사들에게 적정한 표준 수업시수를 만들어 교사들이 학생 돌보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 주고 싶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