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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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가파른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나타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는 불가피하다"며 달러당 1200원대를 웃돌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내다봤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1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5원 오른 1181.95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일(종가 1183.6원)이후 24일만에 1180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내린 1174.3원에 출발했으나 개장 30여분만에 상승 전환했다. 브렉시트 충격에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끈 것이다.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8.5원까지 고점을 높였으나 레벨 부담감이 커지며 상승폭을 반납, 차츰 안정세를 찾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므로 당분간 원화 약세·달러화 강세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자본유출입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연초 고점인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1200원을 뚫고 올라갈 확률이 크다"며 "다만 해당 레벨에서 안착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미 달러화 강세 기조와 함께 위안화 가치 하락이 원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팀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수출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외환당국이 점진적인 원화가치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만큼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브렉시트 현실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30원 가량 폭등하며 4년 9개월만에 최대 오름폭을 나타낸 바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되돌림 장세도 그만큼 빨리 나타난다"며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 유입 가능성이 높은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금융당국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시장 안정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불안심리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단계적인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며 "금감원을 중심으로 외화자금시장 관련 특이사항도 일별 점검하고 필요시 적극 대응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주 예정된 미국의 경제지표(국내총생산(GDP), 개인소비지출 등)와 유럽계 중심의 자본유출 상황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은 금주 1195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