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락 속에서도 큰돈을 챙기거나 손실을 피한 ‘승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잔류를 예측한 대세를 벗어나 시장을 거스르는 과감한 베팅으로 ‘대박’을 쳤다.

26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브렉시트 투표가 한창 치러지던 지난 23일 유럽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당시 유럽 증시는 영국의 EU 잔류가 유력하다는 전망과 함께 상승세를 기록했다. 더블라인캐피털은 투표 당일 장 마감 직전까지 펀드 내 유럽 주식을 모두 청산하면서 차익 실현과 함께 대규모 손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개표 결과 EU 탈퇴로 결론 나면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7~8% 추락했다. 더블라인 측은 앞으로 손실 최소화를 목표로 삼으며 현금 보유와 안전자산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헤지펀드인 윈톤캐피털매니지먼트도 브렉시트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펀드 창립자 데이비드 하딩은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진영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했지만 실제 투자는 브렉시트에 걸었다. 펀드는 파운드와 유로화에 대한 매도 베팅으로 24일 장 초반에만 3.1%의 수익을 올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헤지펀드 거물 크리스틴 오데이도 안전자산 투자로 하루에만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렉시트를 공개 지지한 오데이는 ‘소신’대로 금 등 안전자산을 매입했으며, 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나오면서 24일에만 15%의 수익을 거뒀다.

컴퓨터 알고리즘 분석에 따른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도 큰돈을 벌었다. AQR캐피털매니지먼트와 아스펙스캐피털의 펀드들은 자동화 매매 프로그램과 초단타매매(HTF) 등으로 각각 5%와 3%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25년 전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해 10억달러의 차익을 남겼으나 이번 브렉시트 전에는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소로스의 대변인은 27일 “소로스는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이 유럽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운드화 약세(매도 포지션)에 투기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투표에 앞서 ‘롱(매수 포지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로스는 세계 시장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투자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