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이제 좀 배우같네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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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바이 싱글' 고주연 役 김혜수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담았어요"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담았어요"
우리 모두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아무리 아니라 해도, 김혜수는 이 시대의 가장 근사한, 희대의 '아이콘'과 같은 배우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김혜수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홀짝인다. 단출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라는 가사의 유행가는 그녀를 위한 곡이 아닐까 싶다. <편집자주>
"이제 좀 배우 같네."
김혜수의 새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손숙의 대사다. 김혜수는 "지금까지 연기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솔직히 '시그널' 때부터 그런 소리를 조금 듣게 된 것 같다"며 겸손을 떨었다.
김혜수는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시대를 풍미하는 하이틴 스타로 군림해 왔다. 전작 영화 '차이나타운'(2015), tvN '시그널'(2016)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렇게 30년이다. 그런데 아직도 '배우 같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굿바이 싱글'에는 현실의 김혜수와 쏙 빼닮은 듯 닮지 않은 여배우 '고주연'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지만 흐르는 세월에 결국 무릎을 꿇고 시상식 전날 입술 필러를 맞는 상상이상의 '사고'를 치는 주책바가지. '일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뒷수습은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에게 모두 맡긴다.
고주연은 언제나 온갖 지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내리막을 타는 인기와 함께 아들뻘인 남자친구 지훈(곽시양)은 여대생과 스캔들이 터진다. 아뿔싸. 세상에 진정한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 중학생 단지(김현수)가 굴러들어오게 된 것. 아이만은 영원한 내 편이 될 것 아닌가. 주연은 그렇게 가짜 임신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 단지는 주연의 울타리 안에서 출산 준비를 한다. '김혜수' 라는 이름 앞에는 왜인지 '할 말 다 하는', '똑 소리 나는'과 같은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MC를 도맡으며 명석함을 뽐내왔기 때문이 아닐까. '굿바이 싱글'로 김혜수는 기존의 이미지를 조금 버렸다. 이에 김혜수는 반문한다. "제가 똑똑하대요?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요.하하."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은 근 2년여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오랜기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즉 김혜수가 고주연 역을 맡는다면 자연스럽게 '김혜수=고주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니까. "감독님과 오랜시간 고민했죠. 관객이 어떤 식으로 고주연을 만나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요. 결국은 고주연이라는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김혜수를 잊는 식으로 하자고 결론 내렸죠. 그래서 조금 주책 맞고, 생각이 짧은 캐릭터가 나왔을지 몰라요."
영화는 톱스타 고주연의 삶을 통해 연예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건 우리 이야기죠. 배우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리얼리티가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드라마 제작보고회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도 나오죠. 실제로 할 법한 제스처나 멘트를 꽤 많이 준비 했어요."
고주연은 스타일리스트 평구, 주연만 보고 사는 소속사 김대표(김용건), 매니저 미래(황미영)의 품 안에서 배우로 성장해왔다. 그런데도 '내 편은 하나도 없다'고 울분을 토한다.
"정말 리얼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실제로 주연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월급을 주면 끝이라는 식 말이에요. 투정 부리고 떼를 쓰며 실수한 것들을 처리해주면 '고마워'라고 인사는 해요. 분명 고마운 마음은 들었을 테지만 정말 캐주얼한 마음일 것 같아요. '고맙긴 해~ 근데...' 처럼 말이죠. 단언컨대 이 일들은 월급을 준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연 또한 '내 편'을 찾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느끼게 되죠. 배우라는 설정을 했을 뿐이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나이가 좀 많이 든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죠."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이 '한 번 웃겨봐?'라는 식의 코미니 영화가 아니라서 좋았다고 한다. 유쾌한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졌다. 마동석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개그 코드를 포장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고주연처럼 모든 것이 갖추어진 것 같은 여자들이 많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것은 하나도 없고. 똑같이 외롭고, 결핍 덩어리를 대변해요. 그런데 단지(김현수)는 반대 급부에 있는 아이지만 철이 들어야만 하는 현실(임신)에 맞닥뜨려 있죠. 무거운 이야기지만 직접적으로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라고 주장하지 않아요. '하하하' 웃으며 재미있게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몽글몽글한 게 가슴에서 올라올 거예요. 관객과 함께 그런 공감대를 같이 느끼고 싶어요."
굿바이 싱글 |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출연.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2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김혜수의 새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손숙의 대사다. 김혜수는 "지금까지 연기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솔직히 '시그널' 때부터 그런 소리를 조금 듣게 된 것 같다"며 겸손을 떨었다.
김혜수는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시대를 풍미하는 하이틴 스타로 군림해 왔다. 전작 영화 '차이나타운'(2015), tvN '시그널'(2016)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렇게 30년이다. 그런데 아직도 '배우 같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굿바이 싱글'에는 현실의 김혜수와 쏙 빼닮은 듯 닮지 않은 여배우 '고주연'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지만 흐르는 세월에 결국 무릎을 꿇고 시상식 전날 입술 필러를 맞는 상상이상의 '사고'를 치는 주책바가지. '일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뒷수습은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에게 모두 맡긴다.
고주연은 언제나 온갖 지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내리막을 타는 인기와 함께 아들뻘인 남자친구 지훈(곽시양)은 여대생과 스캔들이 터진다. 아뿔싸. 세상에 진정한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뜻하지 않은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 중학생 단지(김현수)가 굴러들어오게 된 것. 아이만은 영원한 내 편이 될 것 아닌가. 주연은 그렇게 가짜 임신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 단지는 주연의 울타리 안에서 출산 준비를 한다. '김혜수' 라는 이름 앞에는 왜인지 '할 말 다 하는', '똑 소리 나는'과 같은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MC를 도맡으며 명석함을 뽐내왔기 때문이 아닐까. '굿바이 싱글'로 김혜수는 기존의 이미지를 조금 버렸다. 이에 김혜수는 반문한다. "제가 똑똑하대요?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요.하하."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은 근 2년여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오랜기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즉 김혜수가 고주연 역을 맡는다면 자연스럽게 '김혜수=고주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니까. "감독님과 오랜시간 고민했죠. 관객이 어떤 식으로 고주연을 만나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요. 결국은 고주연이라는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김혜수를 잊는 식으로 하자고 결론 내렸죠. 그래서 조금 주책 맞고, 생각이 짧은 캐릭터가 나왔을지 몰라요."
영화는 톱스타 고주연의 삶을 통해 연예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건 우리 이야기죠. 배우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리얼리티가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드라마 제작보고회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도 나오죠. 실제로 할 법한 제스처나 멘트를 꽤 많이 준비 했어요."
고주연은 스타일리스트 평구, 주연만 보고 사는 소속사 김대표(김용건), 매니저 미래(황미영)의 품 안에서 배우로 성장해왔다. 그런데도 '내 편은 하나도 없다'고 울분을 토한다.
"정말 리얼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실제로 주연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월급을 주면 끝이라는 식 말이에요. 투정 부리고 떼를 쓰며 실수한 것들을 처리해주면 '고마워'라고 인사는 해요. 분명 고마운 마음은 들었을 테지만 정말 캐주얼한 마음일 것 같아요. '고맙긴 해~ 근데...' 처럼 말이죠. 단언컨대 이 일들은 월급을 준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연 또한 '내 편'을 찾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느끼게 되죠. 배우라는 설정을 했을 뿐이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나이가 좀 많이 든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죠."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이 '한 번 웃겨봐?'라는 식의 코미니 영화가 아니라서 좋았다고 한다. 유쾌한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졌다. 마동석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개그 코드를 포장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고주연처럼 모든 것이 갖추어진 것 같은 여자들이 많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것은 하나도 없고. 똑같이 외롭고, 결핍 덩어리를 대변해요. 그런데 단지(김현수)는 반대 급부에 있는 아이지만 철이 들어야만 하는 현실(임신)에 맞닥뜨려 있죠. 무거운 이야기지만 직접적으로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라고 주장하지 않아요. '하하하' 웃으며 재미있게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몽글몽글한 게 가슴에서 올라올 거예요. 관객과 함께 그런 공감대를 같이 느끼고 싶어요."
굿바이 싱글 |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출연.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2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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