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 스튜디오 전경.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IH 스튜디오 전경.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대(총장 이재훈)는 1997년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당시 수도권 최대 산업체 밀집지역인 시흥·안산스마트허브(산업단지)에 대학을 설립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기업 연계형 취업과 창업 양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맞춤형 고급 산업 인력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50개 대학의 이공계 경쟁력을 평가한 ‘2016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산기대는 △창업 및 취업 지원(4위) △이공계 전임교원 대비 산학협력 중점교수 비율(2위) △산학협동 및 기술 실용화(14위)에서 국내 유수 공과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러 언론사에서 평가한 취업 및 창업 역량과 대학평가에서도 우수 대학 대열에 꼽혔다.

이 같은 결과는 산기대가 취업과 창업 양축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 통계조사에서 산기대는 취업률 77.6%로 수도권에 본교를 둔 4년제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취업률과 전공 일치도가 높아 취업의 질도 뛰어나다. 정규직 취업 비율도 91.2%로 높았다. 이런 경쟁력은 전교생이 재학 중 국내외 기업, 연구소 등에서 현장실습의 학점을 취득하고, 캡스톤디자인(졸업작품 제작)을 통과해야만 졸업할 수 있는 현장기반 교육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국제발명 혁신기술 전시회에서 수상한 한국산업기술대 학생들.
말레이시아 국제발명 혁신기술 전시회에서 수상한 한국산업기술대 학생들.
올해 한경이 평가한 이공계대학 순위에서 산기대는 취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장실습 참여 비율이 평가 대상 대학 중 가장 높은 20.2%였다. 재학 중 최소 320시간 이상을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실습 경험과 연계한 캡스톤디자인 작품을 제출해야 졸업이 가능한 것도 큰 매력이다. 캡스톤디자인은 산업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논문 대신 작품을 설계·제작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매년 11월 초 개최하는 ‘산학협동 산업기술대전’에 출품 전시된다. 이때 우수 작품은 기업에 유료로 기술이전하고, 학생은 취업을 제안받기도 한다.

이처럼 뛰어난 취업 성과의 원동력은 ‘창업지원 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다. 이 대학의 창업 연계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경기에 있는 대학 중 처음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동안 재학생들이 창업지원단을 통해 창업한 기업만 45곳이고, 고용 인원도 130명에 이른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한 15개 기업이 학교에 연구실을 두고 있거나 사무실을 내고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올해 ‘거점형 창업선도대학’ 선정

#1. 한국의 ‘저커버그’ 꿈꾼다…재학 중 창업은 꿈 아닌 현실

[경인지역특집]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취업으로 끌고, 창업으로 밀고'
고교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는 김주호 씨(경영학부 4학년)는 재학 중 일회용 종이 좌변기 커버를 제조하는 SG개발을 창업해 어엿한 ‘대표’가 됐다. 김씨는 대학이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이수해 창업에 성공했다. 산기대를 지원한 이유도 창업 인프라가 뛰어난 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는 입학 후 창업지원단이 제공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이론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자금조달에 이르는 창업 전 과정을 배운 뒤 큰 어려움 없이 2013년에 회사 간판을 내걸었다. 때마침 국내외에서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회용 변기 커버 주문이 늘어나 2년 만에 창업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자체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지금은 국내 대형마트에 납품하며 스페인 수출 계약까지 따냈다.

#2. 선배가 끌어주는 ‘징검다리 창업교류회’

4년 전 이 대학 학생이던 이헌규, 이훈성 씨는 경험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모교 창업지원본부가 창업 선후배 간 가교역할을 위해 마련한 ‘징검다리 교류회’에 나가면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창업으로 성공한 선배로부터 취업 제안을 받은 것. 두 사람은 이 회사에 입사해 위기관리,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 기초부터 배우면서 과거 실패의 원인을 뒤돌아보고 선배의 창업 노하우를 익혀 재도전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징검다리 교류회’는 산기대의 독특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20여명의 선배 창업가가 멘토단을 꾸려 기술 교류, 동아리 멘토, 시제품 제작, 장학펀드 조성 등 예비 창업가를 이끌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기대는 IH(이매지네이션하우스)라는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 함양과 창업기업 육성, 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를 목적으로 학생·교수·기업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으로 연계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플랫폼이다.

이재훈 총장은 “IH는 대학 특성화 비전으로 수립한 ‘산학융합 3.0’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한 대학 최초의 창업 플랫폼”이라며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대학생들이 창업의 꿈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형 'K-유니콘 클럽' 육성 발 벗고 나섰다

거점형 창업선도대학 선정
5년간 최소 110억 지원받아
미국 MIT의 '팹랩' 같은
아이디어 팩토리사업 나서
[경인지역특집]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취업으로 끌고, 창업으로 밀고'
올해 한국산업기술대는 창업지원사업에 새 추진 동력을 장착했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거점형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돼 앞으로 5년간 최소 110억원의 사업비를 받기 때문이다. 이로써 교육부의 창업교육센터(LINC사업 지원), 고용노동부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취업·창업 지원)에 이어 정부의 역점 창업지원사업을 잇달아 따내 ‘창업 학풍’에 날개를 달았다.

‘거점형 창업선도대학’은 대학생 위주로 창업을 지원하는 ‘일반형 창업선도대학’ 가운데 성과가 우수한 대학을 선정해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창업지원본부에서 창업 총력 지원

산기대는 2011년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이래 5년간 누적 창업 145명, 제조업 창업 비중 66.9%, 고용창출 349명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학교에 ‘창업지원본부’를 두고 창업을 꿈꾸는 학생을 총력 지원하는 한편 교육장과 시제품 제작센터를 갖춘 ‘IH(이매지네이션하우스) 스튜디오’를 구축해 제도와 인프라의 균형도 이뤘다.

학생들의 창업 아이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7년 권위의 ‘국제발명 혁신기술 전시회(ITEX)’에서 산기대 창업 아이템 출품작이 금·은·동상과 특별상을 휩쓸며 독보적인 창업 역량을 과시했다.

이 대학은 이번 사업부터 단순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의 분위기를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으로 변화시켜 창업 체질을 강화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기업가적 마인드로 대학을 운영하고, 연구성과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교수, 학생, 지역주민 누구나 대학의 지원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형 ‘K-유니콘 클럽’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몸값이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일컫는 이른바 ‘유니콘 클럽(Unicorn Club)’을 꿈꾸는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 한국형 ‘K-유니콘 클럽’을 선발해 해외 창업현장 연수, 장학금, 공간, 투자 등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패키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고용 거버넌스 구축 ‘시동’

지난 3월에는 청년취업·창업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정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대학창조일자리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취업 역량이 우수한 대학을 선정해 대학생과 지역 청년의 취업과 창업 기회 확대를 지원한다. 지역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취업·창업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거점 역할이다. 이 사업에는 5년간 총 25억원이 투입된다.

이재훈 총장은 “취업 인프라를 강화하고 진로 지도부터 취업, 창업에 이르는 지역의 청년고용 거버넌스 구축이 목표”라며 “우수한 취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기여하는 최고의 거점센터가 되도록 대학의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IH, 아이디어 팩토리사업

성공적인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대학의 창업 인프라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산기대는 2011년 정부가 지원하는 경기권 1호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되면서 ‘창업명문’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금은 재학생의 창업 지원을 담당하는 IH를 주축으로 LINC(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가 지원하는 창업교육센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팹랩(Fab Lab)처럼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구현해 사업화로 연결하는 개방형 제작공간인 ‘아이디어 팩토리’(산업부 지원) 등 풍부한 창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IH를 총괄하는 고혁진 창업지원본부장은 “청년 일자리 감소가 고착화돼 가는 상황에서 대학 스스로 창업기업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며 “IH가 이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시흥=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