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기암절벽 코스서 한·중 '서바이벌 게임'
‘바다와 맞닿은 기암절벽,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해송 숲, 협곡 너머로 날리는 샷….’

중국 산둥반도 북쪽 끝에 있는 골프장 웨이하이포인트(파72·6146야드)는 바다로 길게 뻗은 곶(바다로 돌출한 육지) 위에 자리잡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풍이 강하다. 좁고 긴 페어웨이 너머로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린은 프로골퍼도 바짝 긴장하게 한다.

장하나
장하나
이곳에서 다음달 1일부터 사흘간 ‘별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6 금호타이어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이 그 무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휩쓴 장하나(24·비씨카드), ‘중국의 골프 영웅’ 펑산산(27)이 이 대회에 출전,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협곡과 워터해저드…최고 ‘난도’

선수들은 웨이하이포인트에서 심리적인 압박감부터 이겨내야 한다. 험난한 코스 환경이 선수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길이 345야드의 3번홀(파4)은 해송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페어웨이가 좁기 때문에 장타보다 정확한 샷을 하는 게 중요하다. 4번홀(파3)은 155야드로 거리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바다에 인접한 그린 왼쪽에 깊은 항아리 벙커가 있다. 정교한 아이언 티샷이 요구된다. 6번홀(파5·460야드)에서는 바다 옆 티잉그라운드에서 멀리 보이는 페어웨이를 향해 티샷을 해야 한다. 샷 부담이 큰 홀이다.

바다를 넘겨 티샷을 하는 12번홀(파4·370야드)은 웨이하이포인트에서 어렵기로 손꼽히는 홀이다. 위로는 쉴 새 없이 바람이 불고, 티잉그라운드 바로 밑은 바다다. 많은 선수가 티샷 실수로 공을 바다에 빠뜨린다. 16번홀(파5·485야드)의 그린은 ‘호랑이 발자국’이라 불리는 여덟 개의 항아리 벙커로 둘러싸여 있다.

웨이하이포인트 관계자는 “강한 바닷바람, 낭떠러지로 연결된 험난한 코스를 극복해야 한다”며 “골퍼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웨이하이포인트의 3번홀(파4·345야드) 전경. 왼쪽에 천연 해송 숲이, 오른쪽에는 기암절벽이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웨이하이포인트의 3번홀(파4·345야드) 전경. 왼쪽에 천연 해송 숲이, 오른쪽에는 기암절벽이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이곳에 있던 범화골프장을 인수했다. 이후 대규모 공사를 거쳐 최고급 골프리조트로 탈바꿈했다. 그룹 관계자는 “세계 5대 명문코스로 조성하기 위해 미국 골프플랜사의 대표설계자 데이비드 데일에게 코스 설계를 맡겼다”며 “이후 2013년부터 금호타이어여자오픈을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펑산산
펑산산
◆한·중 LPGA 여왕들의 우승 대결

이번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서 주목받는 선수는 장하나, 펑산산 등이다. 올해 LPGA투어에서 2승을 수확한 세계랭킹 10위 장하나는 지난주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 이어 2주 연속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 대회에서 공동 50위로 부진한 장하나는 “지난주보다 컨디션이 좋아졌다”며 “코스가 좁기 때문에 18홀 내내 집중력을 유지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나는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해 공동 4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중국 선수 펑산산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달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뷰익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펑산산은 LPGA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12위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KLPGA투어 첫 승을 노린다. 장하나, 펑산산과 함께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백규정(21·CJ오쇼핑)도 우승 경쟁에 나선다. 배선우(22·삼천리) 박성원(23·금성침대) 등 KLPGA투어 챔프들도 참가한다.

2013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는 첫해 김다나(27·문영그룹)가 우승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김효주(21·롯데)가 연달아 우승컵을 가져갔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