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전 계열사 고통분담' 비상경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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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명칭사용료·배당금 줄일 순 없다…허리띠 졸라매 위기 돌파"
은행 점포 50여곳 폐쇄…신입 채용도 최소화 검토
증권·보험·캐피탈 등도 비용 줄여 5% 추가 이익
은행 점포 50여곳 폐쇄…신입 채용도 최소화 검토
증권·보험·캐피탈 등도 비용 줄여 5% 추가 이익

김 회장이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독려한 이유는 농협금융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막대한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형편이다. 농협금융 계열사는 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배당금과 명칭사용료를 지난해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농협은행은 물론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모든 계열사가 비상경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작년보다 약 4000억원 많은 1조7000억원의 대손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협은행은 여름철 실내 냉방 온도까지 올리는 고강도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최대 50여곳의 점포를 폐쇄하고 이용 실적이 저조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300대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노후 영업점 리모델링 등 환경개선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PC·프린터 등 사무용기기와 업무용 차량 교체도 연기하기로 했다.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비용 절감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 충당금을 적립하고 약 3000억원의 명칭사용료를 지급하고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지난 3년간 농협은행의 실적을 보면,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으로 연평균 약 4조5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여기서 △인건비와 부동산 임차료 등 일반 관리비 약 2조5000억원 △대손충당금 1조1200억원 △농협중앙회에 지급한 명칭사용료 3400억원 등을 제외하면 연평균 2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대손충당금 규모가 4000억원 정도 늘어나지만 수익을 1000억~2000억원 늘리고 일반 관리비를 최대한 줄이면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등도 일반 관리비를 줄여 기존 목표보다 5% 많은 이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부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계열사 임원 및 부서장들은 급여의 1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은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특수은행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조선업 여신을 회수할 때 동참하지 않아 손실이 커졌다”며 “이번 고비를 극복한 이후 강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익성 높은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정비한 데 이어 은행·증권·캐피털 등 각 계열사 협업을 강화해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농협이 강점을 가진 농기계 리스 등 농업 관련 금융사업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적극 진출해 수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