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안 바닷가·섬 양식장서 어민과 피서객 마찰 잦아

"주인이 있는 곳입니다.바닷가에 들어가 함부로 어패류를 잡으면 안 됩니다."

최근 충남 태안군 안면읍 고남면 일대 한 어촌계에서는 일부 피서객이 마을 어촌계가 운영하는 양식장에서 바지락과 홍합 등을 잡다가 어촌계 주민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어촌계에서 말뚝으로 양식장 표시를 했지만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아 피서객들이 그냥 들어가 바지락을 캐다가 주민들에게 들키면서 다툼이 빚어진 것이다.

요즘 피서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바다에 주인이 어디 있느냐"며 갯벌 등지에서 어패류를 잡다가 현지 어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대천항에서 가장 먼 섬인 외연도 어민들도 여름철이면 피서객들과 어패류 채취 문제로 자주 실랑이를 빚는다.

'가고 싶은 섬'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여름철 가족 단위 피서객이 섬에 들어왔다가 바닷가에서 야영하면서 바닷 속에 들어가 전복이나 해삼 등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외연도 섬 둘레는 모두 어민들의 양식장이다.

외연도 앞 무인도인 황도에도 외지인이 몰래 들어와 어민들이 애써 키우는 전복과 해삼 등을 잡아 어민들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횡견도, 황도, 오도 등 외연열도 일대가 어민들이 종패를 뿌리고 기르는 전복, 해삼, 홍합 양식장이기 때문에 어민들은 관리선을 이용해 순찰하고 있다.

복경종 이장은 "섬 주변 일대는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양식장이기 때문에 들어가서 어패류를 잡으면 안된다"며 "피서객들이 '몇 마리 정도야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어민들이 애써 키운 어패류를 잡아가지만, 우리에게는 귀중한 재산"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수년 전부터 이어지자 태안·보령지역 각 어촌계에서는 양식장을 알리는 팻말을 세우고 주민들이 돌아가며 양식장을 지키고자 보초를 서기도 한다.

해삼양식장으로 유명한 장고도의 편현숙 이장은 "피서객이 찾는 여름철이면 어민들이 조를 이뤄서 갯벌 입구에서 양식장을 지키고 있다'며 "몰래 해삼과 전복을 채취하다가 들키면 50만원을 물리도록 자치규약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촌체험마을인 이 섬에 놀러 온 관광객들에게는 어패류를 채취할 수 있는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1명당 6천원만 내면 온종일 무제한으로 잡을 수 있다.

태안군의 한 관계자는 "요즘 들어서는 야간에 물이 빠진 바다 갯벌에 들어가 물고기와 수산물을 잡는 '해루질'을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크게 늘어 더욱 문제가 된다"며 "요즘 피서객들이 쉽게 찾는 목 좋은 바다는 대부분이 마을 어촌계가 운영하는 어장인 경우가 많아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령·태안연합뉴스) 이은중 유의주 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