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시장이 1일 ‘개설 스무돌’을 맞는다. 코스닥은 20년간 시가총액이 약 28배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작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등 한계가 여전해 체질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20년…시총 206조원으로 '몸집' 28배 늘어
30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206조원이다. 시장이 개설된 1996년 7조6000억원에 비해 28배 가까이 커졌다. 상장사는 331개에서 1168개로 늘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년 전 23억원에서 3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총 규모는 세계 주요 신시장 중 미국 나스닥과 중국 차이넥스트에 이은 글로벌 3위”라고 설명했다.

주요 상장사의 면면도 많이 바뀌었다. 1996년 시총 상위 종목은 현대중공업, 기업은행, 평화은행 등이었다. 2006년엔 NHN과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정보기술(IT)·통신주가 강세였다. 현재 시총 상위 5개 종목은 셀트리온, 카카오, 동서 CJ E&M, 메디톡스다. 시장 선도 업종이 제조업에서 바이오, 디지털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됐다.

커진 덩치에 비해 내실은 튼튼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산업 성장 기대에 자금이 몰렸던 2000년엔 지수가 292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거품이 꺼지며 525까지 폭락한 뒤 한참 동안 지수가 오르지 않았다. 상장기업 경영진의 횡령, 배임, 불공정 행위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개인투자자 매매비중이 88%(2015년 기준)에 달하는 점이 코스닥시장의 한계로 꼽힌다. 기업가치 대신 테마에 휘둘리는 종목 때문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잦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은 추세가 있다기보다 테마주 등 몇몇 종목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종목 장세 중심”이라며 “불안정하고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유망기업 상장 유치에 노력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꾸준히 해와 코스닥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 벤처 거품 시대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며 “앞으로는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에도 나선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본부 아래 창업지원센터를 세우고 모험자본 생태계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