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꼭 학교전담 '경찰관'이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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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상담인력 대신 경찰관 배치
당초 학교폭력 문제로 제도 도입
SNS 친구 맺기 권장… 사건 씨앗
당초 학교폭력 문제로 제도 도입
SNS 친구 맺기 권장… 사건 씨앗
[ 김봉구 기자 ]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담당 여학생들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했다.” 한 전직 경찰 간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폭로로 시작된 파문은 일파만파 번졌다.
부산시교육청은 당분간 학교전담경찰관의 교내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경찰이 ‘잠재적 가해자’가 되어버린 꼴이다.
해당 학생들은 미성년자지만 13세 이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합의 하에 관계를 했다면 처벌 대상은 아니다. 형법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학생을 지켜야 할 경찰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나아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곗바늘을 되돌려보자.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당초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2년 도입됐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다.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경찰을 학교폭력에 적극 개입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 방침은 경찰이 학교 내부로 들어와 학생 문제에 초기부터 개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학교의 학생보호 인력 배치에 경찰을 활용하는 안이 받아들여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도입 첫 해 193명이었던 학교전담경찰관은 2015년 1138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양적 확대의 이면엔 그늘이 있었다. 학생상담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찰인력이 학교에 대거 배치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의 씨앗이 됐다. 정부도 문제점을 몰랐던 건 아니다. 아동·청소년·심리·상담·교육 분야 전공자를 전담경찰관으로 특별채용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실천 의지가 부족했다. 2014년 정부의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 추진계획’을 보면 2016년까지 청소년 전문가 243명을 전담경찰관으로 특채키로 했다. 그런데 이 채용계획은 올해 3월 경찰청 자료에 그대로 ‘재탕’됐다. 추진 일정만 2년 뒤인 2018년까지로 미뤄졌다. 정작 일선 학교에 배치된 인력은 한 명도 없었다.
정부는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는 소홀하면서 학생과의 사적 관계를 맺을 여지를 만들었다. 학교폭력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학교전담경찰관과 학생 간 카카오톡 등 SNS 친구 맺기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개인 SNS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과 사의 경계는 시나브로 흐려졌을 터이다.
전문인력 충원이 전무한 가운데 상담윤리를 충분히 익히지 못한 경찰관과, 학생과의 사적인 관계를 장려하는 정부 방침이 결합돼 이번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전담경찰관 제도 자체를 문제시할 이유는 없다. 정부 대책 도입 후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담경찰관의 기여도 역시 상당하다. 초·중·고 학생 약 80%가 “학교전담경찰관 활동이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한다”고 답한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꼭 학교전담경찰관이어야 했을까? 이 질문을 던져보자. 정부 대책의 원래 목적은 학생보호와 상담이다. 전담경찰관 제도는 한 방편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대증(對症)요법의 부작용이 터져나왔다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처방은 눈앞의 증상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경찰관이 1인당 10여곳 학교를 맡아 학생상담까지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종합처방의 첫 걸음으로, 미뤄둔 청소년 전문가 채용부터 실행하자. 전담경찰관은 당초 목적인 학교폭력 문제에 집중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부산시교육청은 당분간 학교전담경찰관의 교내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경찰이 ‘잠재적 가해자’가 되어버린 꼴이다.
해당 학생들은 미성년자지만 13세 이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합의 하에 관계를 했다면 처벌 대상은 아니다. 형법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학생을 지켜야 할 경찰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나아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곗바늘을 되돌려보자.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당초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2년 도입됐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다.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경찰을 학교폭력에 적극 개입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 방침은 경찰이 학교 내부로 들어와 학생 문제에 초기부터 개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학교의 학생보호 인력 배치에 경찰을 활용하는 안이 받아들여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도입 첫 해 193명이었던 학교전담경찰관은 2015년 1138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양적 확대의 이면엔 그늘이 있었다. 학생상담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찰인력이 학교에 대거 배치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의 씨앗이 됐다. 정부도 문제점을 몰랐던 건 아니다. 아동·청소년·심리·상담·교육 분야 전공자를 전담경찰관으로 특별채용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실천 의지가 부족했다. 2014년 정부의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 추진계획’을 보면 2016년까지 청소년 전문가 243명을 전담경찰관으로 특채키로 했다. 그런데 이 채용계획은 올해 3월 경찰청 자료에 그대로 ‘재탕’됐다. 추진 일정만 2년 뒤인 2018년까지로 미뤄졌다. 정작 일선 학교에 배치된 인력은 한 명도 없었다.
정부는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는 소홀하면서 학생과의 사적 관계를 맺을 여지를 만들었다. 학교폭력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학교전담경찰관과 학생 간 카카오톡 등 SNS 친구 맺기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개인 SNS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과 사의 경계는 시나브로 흐려졌을 터이다.
전문인력 충원이 전무한 가운데 상담윤리를 충분히 익히지 못한 경찰관과, 학생과의 사적인 관계를 장려하는 정부 방침이 결합돼 이번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전담경찰관 제도 자체를 문제시할 이유는 없다. 정부 대책 도입 후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담경찰관의 기여도 역시 상당하다. 초·중·고 학생 약 80%가 “학교전담경찰관 활동이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한다”고 답한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꼭 학교전담경찰관이어야 했을까? 이 질문을 던져보자. 정부 대책의 원래 목적은 학생보호와 상담이다. 전담경찰관 제도는 한 방편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대증(對症)요법의 부작용이 터져나왔다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처방은 눈앞의 증상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경찰관이 1인당 10여곳 학교를 맡아 학생상담까지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종합처방의 첫 걸음으로, 미뤄둔 청소년 전문가 채용부터 실행하자. 전담경찰관은 당초 목적인 학교폭력 문제에 집중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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