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백의 인기는 해외 경매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 2006년에는 낙찰 작품이 3점에 불과했지만 2010년 8점, 2014년 19점, 지난해 25점으로 급증했다. 2014년 11월 소더비가 뉴욕에서 연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는 이 화백 작품 ‘선으로부터’가 216만5000달러(약 23억7000만원)에 팔려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상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울옥션, K옥션, 크리스티, 소더비 등 국내외 대표 경매회사 네 곳의 작품 경매 낙찰총액은 2011년 74억원에서 지난해 246억원으로 불과 4년 새 세 배로 늘어났다”며 “이 화백의 평균 너비(1㎡)당 작품 가격은 4억원으로 김환기(9억원), 박서보(5억원)에 이어 3위”라고 분석했다.
한국 단색화 인기의 선두에 있는 이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 쉽사리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이 화백 작품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100호(130×160㎝) 크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는 10억원 안팎에 나와 있고, 같은 크기의 ‘바람’ 시리즈는 점당 2억~4억원, ‘조응’ 시리즈는 1억6000만원 선에 거래된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은 “시장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인기 작가지만 위작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화랑가 거래는 당분간 뜸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미술시장 전문가는 “이 화백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은 이번 위작 논란이 소장품 가치에 미칠 영향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거래 가격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이 화백 몸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단색화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2012년 말 위작 논란이 시작되면서 이미 가격은 바닥을 쳤고, 단색화가 힘을 받고 있는 만큼 매도물량도 시장이 받아줄 만한 수준인 것 같다”고 낙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