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IB의 '질주'…올 수익 1000억 돌파
한국투자증권 IB그룹이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1400억원)의 70% 이상을 벌어들였다.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출범한 IB그룹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IB그룹은 인수 주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공개(IPO) 등에서 지난 6개월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뒤 대대적 조직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 기존 IB본부를 1, 2본부로 나눈 뒤 기업금융본부, 부동산 PF본부, 퇴직연금본부를 끌어와 IB그룹으로 묶었다. 자기자본 규모가 6조원에 가까운 초대형 증권사 미래에셋대우(통합법인)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본부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통합한 것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 2본부에 새로 편입한 3개 본부의 IB사업 실적만 따로 떼어내 합산한 것인 만큼 지난해 비(非)IB사업 실적을 올해로 끌고온 것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전무·사진)은 “올해 IB그룹의 영업이익 목표를 2000억원이라고 제시했을 때 의욕이 앞섰다는 반응도 꽤 있었다”며 “하지만 상반기에 거둔 성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김 그룹장이 재정비된 IB그룹을 이끌면서 보다 젊고 공격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 PF 전문가인 만큼 IB그룹 내 수익이 그쪽으로 치우칠 것이라는 우려도 씻었다.

올해 한국투자증권 IB그룹은 한화건설 교환사채(EB),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뿐 아니라 이마트 신종자본증권 등 증자와 회사채 외에 다양한 상품 인수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올 3월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을 주선하면서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높였다.

호주 캔버라 복지부 빌딩, 미국 필라델피아 국세청(IRS) 빌딩 등 해외 부동산 투자도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활약이 가장 돋보인 분야는 IPO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의 ‘대어’로 꼽힌 기업들의 상장 주관사를 빠짐없이 따냈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주관사를 따냈고 두산밥캣 대표 주관사, 넷마블게임즈 공동 주관사도 맡았다. 최근 이랜드리테일도 대표 주관사 목록에 추가됐다.

올 상반기엔 6개 코스닥 기업을 상장시켰지만 하반기엔 덩치 큰 회사들이 줄지어 있어 IPO 관련 수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레버리지(부채)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전통적인 IB와 구조화 금융 등에서 탁월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는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본을 활용하며 IB사업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