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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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견표 한국소비자원장(사진)은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소비자 보호의 사각 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3일 서울 도곡동 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기자와 만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핀테크(금융+기술),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항공기) 등 기술의 발달로 소비 환경이 급변하고,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 새로운 유형의 거래 행위가 늘면서 소비자 보호의 사각 지대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 데이터를 축적·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사각 지대 해소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내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원장은 소비자 피해가 국경을 넘어 국가 간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직구 거래액이 크게 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 건수가 지난 4년 동안 아홉 배가량 증가했다”며 “소비자원은 국가별 피해 해결 전문기관과 협약을 맺어 국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일본과 베트남에 이어 올해 미국 거래개선협의회(CBBB), 태국 소비자청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해 피해를 입은 국내 소비자는 소비자원에 구제를 신청하면 된다. 이후 소비자원은 CBBB를 통해 해당 사업자와 보상절차를 밟아 소비자에게 실질적 피해보상을 해준다.

한 원장은 “올해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소비자보호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을 계획”이라며 “글로벌 거래 분야에 대한 시장 감시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소비자 보호의 패러다임이 사고 이후 구제조치에서 사전 예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건이 벌어진 뒤 구제에 나서는 것은 소비자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실효성 있는 소비자 정책·제도 연구, 소비자 정책 수립 등 정책연구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원장은 한경수입차서비스지수(KICSI)를 예방적 소비자 구제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수입차업계의 부족한 애프터서비스센터와 수리부품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원, 국민대, 보험개발원 등 3개 기관이 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매년 두 번 공동으로 발표하는 KICSI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체들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브랜드에 대한 평가를 원하는 소비자 요청을 반영해 올해는 평가 대상 브랜드 수를 10개에서 15개로 늘렸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소비자원이 나서기 전에 기업이 회사 내에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사전 예방 성공의 핵심 열쇠”라며 “기업이 경영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하고 있는지를 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