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기업이 ‘헤지펀드형’ 또는 ‘기업인수형’ 사모펀드(PEF)를 통해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기업 실물 쪽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일부를 KDB산업은행이 매입해주는 회사채 인수 지원도 이뤄진다.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해지고 회사채 발행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자금 운용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기업, 사모펀드 통해서도 대출 받는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금융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 및 기업 자금조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올 4분기부터 펀드 자산을 대출로 운용하는 ‘대출형 사모펀드’를 허용한다. 사모펀드는 기업 분석에 전문성이 있고 위험 감수 성향도 높은 만큼 비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228조9040억원(지난달 27일, 순자산 총액 기준)으로 공모펀드(227조9291억원)를 처음 앞서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은행의 유동성 규제가 강해진 이후 대출형 사모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대출채권에 투자해온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해 확정 수익을 추구하는 중소형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대출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 관련 가이드라인과 PEF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연내 대출형 사모펀드가 나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또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한 사채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유동화증권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부동산 등만 허용하는 담보부사채의 담보 대상을 지식재산권 매출채권 등 무형자산으로 넓힐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13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IP담보부 사채에 선도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채 시장도 숨통 트일까

금융위는 극심한 양극화로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한 직·간접적인 대책도 내놨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미매각 물량 일부(총 발행액의 30%)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기로 했다. 지원 대상 등급은 A등급(A- A0 A+)과 BBB등급(BBB+ BBB0 BBB-)으로 ‘AAA’부터 ‘BBB-’까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5~10위에 해당한다. 발행 기업과 주관 증권사 입장에서 ‘미매각 리스크’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회사채 발행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다만 지원 대상이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돼 있고 지원 규모가 2년간 5000억원으로 묶여 전체 회사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기관투자가의 보수적인 회사채 투자 관행과 취약한 시장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여러 신용등급의 회사채를 담은 회사채 펀드에 신용등급을 매겨 투자를 유도하고, 보험사 등이 신용등급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 기준에 따라 회사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업계 전문가들과 ‘투자자산운용 모범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