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가 자신의 모든 은행 계좌를 온라인으로 한 번에 조회하고, 원치 않는 계좌의 잔액은 다른 계좌로 옮기거나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는 비활동성 계좌를 줄여 소비자의 재산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은행의 계좌관리 비용은 절감하기 위해서다.
잠자는 은행 계좌 1억개…14조 대이동한다
◆소액 비활동성 계좌 쉽게 해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의 은행 계좌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오는 12월부터 도입한다고 3일 발표했다. 12월2일 개설되는 전용 홈페이지(어카운트 인포·account info.or.kr)를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시행한 뒤, 내년 3월2일부터 은행 창구에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우선 계좌통합관리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본인의 모든 은행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계좌별 상품명과 개설·만기일, 최종 입출금일, 잔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각각의 은행 홈페이지에서 해당 은행 계좌만 조회가 가능하다.

조회 결과 최종 입출금일이나 만기일이 1년 이상 지난 소액 비활동성 계좌는 온라인에서 곧바로 다른 계좌로 잔액을 옮기거나 해지할 수 있다. 잔액 30만원 이하 계좌는 12월2일부터 이전 또는 해지가 가능하다. 내년 3월2일부터는 잔액 50만원 이하 계좌로 확대한다.

인터넷뱅킹 사용이 힘든 고령층 등을 위해 내년 3월2일부터는 은행 창구에서도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한 뒤 잔액을 이전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은행 창구에서는 해당 은행 계좌와 다른 은행 활동성 계좌(보유 여부)만 조회할 수 있다. 다른 은행 비활동성 계좌는 잔액을 제외한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은행 직원이 소비자의 계좌 전체를 쉽게 확인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창구에서는 잔액 이전 및 해지도 해당 은행 계좌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잔액 0원 비활동성 계좌 2673만개

금융당국이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1억개가 넘는 비활동성 계좌를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전체 개인계좌 2억2967만개 중 비활동성 계좌는 약 절반인 1억260만개 달한다. 전체 비활동성 계좌 잔액은 약 14조4000억원이며, 2673만개는 잔액이 하나도 없다.

소비자는 비활동성 계좌 존재 자체를 잊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직접 은행을 찾아 잔액을 옮기거나 해지해야 한다. 은행은 계약이 종료된 계좌에도 지속적으로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 비활동성 계좌가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금융당국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개인 재산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은행권은 계좌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소비자가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 확인 절차가 까다롭다.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과 휴대폰 인증 확인을 모두 거쳐야 한다. 공인인증서와 본인 명의 휴대폰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