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투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시장 예상대로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가 공매도 시장의 ‘큰손’으로 드러났다. OCI 호텔신라 셀트리온 삼성중공업 등은 주식수 기준으로 공매도 잔액물량 비중(공매도 잔액 물량/발행주식총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가 공매도 '큰손'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공시 대상자는 17곳으로 집계됐다. 공시 대상자 가운데 8곳이 외국계 증권사로 나타났다. 공시 대상 종목은 298개(유가증권시장 120개, 코스닥시장 178개)였다.

이날 거래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현황은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30일 기준이다. 개별기업 주식 총수의 0.5% 이상을 공매도한 투자자가 공시 대상이며 인적 사항과 공매도한 종목명 등을 공개했다. 주식 물량 비중이 0.5%가 되지 않아도 공매도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 대상이다.

공시 건수는 414건(유가증권시장 182건, 코스닥시장 232건)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의 공시 건수가 248개(유가증권시장 94개, 코스닥시장 154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공시 건수의 60%에 달했다.

메릴린치(34건) 골드만삭스(28건) 도이치뱅크(24건) UBS(2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동부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모두 2건씩 공시했다. 공매도 잔액 대량 보유자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없었다.

당초 롱쇼트펀드(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 공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 물량이 많은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매도 공시를 앞두고 물량을 상당수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 나가면 공매도 투자 전략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항의 민원이 몰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공매도 물량이 몰린 종목 상당수는 실적이 주춤하거나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곳이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액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OCI로 11.92%에 달했다. 호텔신라(10.59%) 삼성중공업(9.37%) 현대상선(6.63%) 코스맥스(6.23%) 등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종목 가운데는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이 1위였다. 이 회사의 공매도 비중은 9.35%에 달했다.

메디포스트(5.64%) 바이로메드(5.39%) 씨젠(5.25%) 카카오(4.92%) 등도 비중이 높았다. 공매도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셀트리온 개인투자자들의 연대 행동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잔액 물량이 많은 물량에 대해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사들이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효과를 보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 가운데 실적이 두드러지게 개선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쇼트커버링 수혜주를 추려야 한다는 평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