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낙인에 작년 7월 8일 퇴진…오찬장 대화 여부 주목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4선 중진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꼭 1년 만인 오는 8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난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초청한 오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배신자' 낙인이 찍혀 지난해 7월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고,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선 친박(친박근혜)계의 낙천 압박 속에 결국 탈당을 택했던 '역사'가 있는 만큼 유 의원이 오랜만에 재회하는 박 대통령과 어떤 장면을 연출할지 주목된다.

당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 대상이어서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이 마주칠 기회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이 국회에서 정부 시행령 수정이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의 처리를 야당과 합의한 점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했고, 친박(친박근혜)계와 청와대는 유 의원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취임 다섯 달 만에 중도 하차했다.

이후 유 의원은 정치적 시련기를 겪었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 공천에선 친박계가 그의 탈당을 사실상 압박하면서 결국 당을 떠나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유 의원은 무소속 의원으로 4선 고지에 올랐지만, 복당 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난관을 겪었다.

지난달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주도로 유 의원을 비롯한 7명의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허용하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친박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칩거에 들어가는 등 당도 또 한 차례 내홍에 휩싸였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친박계의 '표적 제거' 작전을 뚫고 다시 당으로 돌아온 유 의원은 결국 박 대통령과 다시 묘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본격적인 인연은 박 대통령이 옛 한나라당 대표 시절 그를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핵심 참모로 활약하는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를 굳혔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당이 운영된 2011년을 전후해 박 대통령과의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당내에서는 이때부터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서슴없는 '직언'을 했던 점이 둘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 결정적 원인이라는 얘기가 많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