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빚 있어야 파이팅"? 부적절한 장학재단 이사장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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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 줄이고 학자금대출 늘려야"
반값등록금 정책 기조와 동떨어진 언급
반값등록금 정책 기조와 동떨어진 언급
[ 김봉구 기자 ]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사진)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학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무이자 대출을 거론하며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이 발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재단 운영 방향을 밝히던 도중 이같이 언급했다. 부적절한 표현임은 맞지만 지엽적인 말실수일 수도 있다. 그보다는 전체 발언의 골자를 봐야 한다. 안 이사장은 무상지원 방식 국가장학금을 줄이는 대신 상환 방식의 학자금대출을 늘려나가자고 제안했다.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뒤집어 개인(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상환 부담이 커져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 심지어 장학재단은 올해 초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달성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50% 경감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때문에 안 이사장이 정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선임연구원은 “단체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발언과 개인의 가치관은 구분돼야 하는데, 이처럼 정책 방향이나 역할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을 운영·관리하는 단체다. 이사장은 스스로 장학 재원을 줄이거나 늘리는 데 관여하는 위치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월권에 가까운 발언이다.
방향 역시 정반대다. 기본적으로 장학재단은 대학생을 위한 장학 재원 확보에 힘쓰는 곳이다. 그런데 단체장이 취임하자마자 도리어 장학금을 줄이고 대학생들이 상환 부담을 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 이사장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던 연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값등록금 정책을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 확대 정책”으로 규정했다.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국가장학금을 줄이고 학자금대출을 늘리자는 세부 내용은 지난달 안 이사장이 참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구체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립대 재정 관련 발표를 맡은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장기적으로 국가장학금 같은 무상지원보다는 학자금대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정부 지원과 매칭해 대학이 재원을 분담하는 국가장학금 II유형이 대학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주장대로 학자금대출 비중을 확대할 경우 학교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학생 개개인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취업 후 학자금대출 상환제(든든학자금)는 이명박 정부 때 이미 시도했던 방식이다. 학생들 부담이 지나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사회적 합의와 대통령 공약을 통해 현행 반값등록금 제도가 정착되면서 정책의 무게중심도 옮겨온 것이다.
보편적 복지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우선하는 안 이사장의 철학이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책 기조로 보나 단체장으로서의 역할로 보나 정론(正論)과 동떨어진 사고라는 점이다. 안 이사장이 선공후사(先公後私) 하지 못한다면 공인 자격이 없는 것이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면 인사가 잘못된 것이다.
그는 6년간 한국교총 회장을 하다가 중도 사퇴하고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공모를 통해 최근 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그는 지난 4일 재단 운영 방향을 밝히던 도중 이같이 언급했다. 부적절한 표현임은 맞지만 지엽적인 말실수일 수도 있다. 그보다는 전체 발언의 골자를 봐야 한다. 안 이사장은 무상지원 방식 국가장학금을 줄이는 대신 상환 방식의 학자금대출을 늘려나가자고 제안했다.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뒤집어 개인(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상환 부담이 커져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 심지어 장학재단은 올해 초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달성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50% 경감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때문에 안 이사장이 정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선임연구원은 “단체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발언과 개인의 가치관은 구분돼야 하는데, 이처럼 정책 방향이나 역할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을 운영·관리하는 단체다. 이사장은 스스로 장학 재원을 줄이거나 늘리는 데 관여하는 위치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월권에 가까운 발언이다.
방향 역시 정반대다. 기본적으로 장학재단은 대학생을 위한 장학 재원 확보에 힘쓰는 곳이다. 그런데 단체장이 취임하자마자 도리어 장학금을 줄이고 대학생들이 상환 부담을 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 이사장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던 연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값등록금 정책을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 확대 정책”으로 규정했다.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국가장학금을 줄이고 학자금대출을 늘리자는 세부 내용은 지난달 안 이사장이 참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구체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립대 재정 관련 발표를 맡은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장기적으로 국가장학금 같은 무상지원보다는 학자금대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정부 지원과 매칭해 대학이 재원을 분담하는 국가장학금 II유형이 대학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주장대로 학자금대출 비중을 확대할 경우 학교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학생 개개인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취업 후 학자금대출 상환제(든든학자금)는 이명박 정부 때 이미 시도했던 방식이다. 학생들 부담이 지나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사회적 합의와 대통령 공약을 통해 현행 반값등록금 제도가 정착되면서 정책의 무게중심도 옮겨온 것이다.
보편적 복지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우선하는 안 이사장의 철학이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책 기조로 보나 단체장으로서의 역할로 보나 정론(正論)과 동떨어진 사고라는 점이다. 안 이사장이 선공후사(先公後私) 하지 못한다면 공인 자격이 없는 것이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면 인사가 잘못된 것이다.
그는 6년간 한국교총 회장을 하다가 중도 사퇴하고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공모를 통해 최근 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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