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6일 오후 4시12분

[마켓인사이트] 한화, 영구채 같은 우선주 첫 발행
주주가 배당금을 받지 못하거나 약정액 미만으로 받는 경우에도 의결권을 부여받지 않는 우선주가 처음으로 나온다. 약정된 배당 수익률을 채권 이자처럼 주면서 의결권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영구채’와 같은 성격을 갖는 우선주다.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싶지만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 희석을 원치 않는 기업들이 이 같은 우선주를 속속 발행할 전망이다.

6일 한화그룹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한화는 오는 9월 4000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한다. 지난해 사들인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의 인수잔금(3513억원) 납부와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한화가 발행하는 유상증자 신주는 무배당일 때도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는 우선주다. 과거에는 배당이 없거나 발행 당시 약정한 금액 미만으로 배당할 때는 의무적으로 우선주에 의결권을 줘야 했다. 우선주 주주들이 배당을 약정대로 받지 못하면서 의결권까지 행사하지 못하면 보통주 주주에 비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무배당 상황에서도 의결권을 주지 않는 우선주 발행이 가능해졌다. 법적 제한이 풀렸지만 이 같은 종류의 우선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 지금껏 발행되지 않았다.

한화는 이번 우선주에 대해 통상에 비해 높은 수준의 최저 배당률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투자 유인책을 마련했다. 우선주 발행 첫해에는 발행가액의 4%, 이듬해에는 3.5%, 이후에는 보통주보다 일정 수준 높은 배당률을 정해 매년 은행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지난해 우선주 배당률(시가 기준)은 2.1%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배당 가능이익은 1조9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지난 3월 말 183.8%(별도기준)였던 한화의 부채비율은 150%대로 감소한다. 다만 매년 16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배당금 지출은 감수해야 한다. 한화 관계자는 “유상증자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