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여명의 경찰을 이끌 새 수장이 이달 말께 내정된다. 통상 이쯤 되면 ‘OOO 치안정감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예외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경찰대 출신 첫 치안총수인 강신명 경찰청장의 임기 막판에 터진 악재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성추문 사건 은폐 의혹과 조직 내부에서 ‘강 청장이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잇달아 나오면서 차기 경찰 수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 '안갯속'…관리형이냐, 지역색이냐
6일 경찰에 따르면 다음달 말 임기가 끝나는 강 청장의 뒤를 이를 신임 경찰청장이 이달 말께 내정된다. 내정자는 경찰위원회 동의와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차기 청장은 치안정감 6명 중 결정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최고 선임자인 이철성 경찰청 차장(58·간부후보생 37기)과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58·간부후보생 30기)이 꼽힌다. 부산 지역 SPO들이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리형’ 리더로 분류되는 이들이 한층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철성 차장은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간부후보생 37기로 재임용되면서 순경부터 치안정감까지 경찰 내 직급을 모두 경험했다. 지난해 말까지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내면서 정권 실세와 신뢰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장의 간부후보생 선배인 이상원 청장은 인천청장과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까지 치안정감만 세 차례 거치면서 능력을 검증 받았다는 평가다. 경찰 내부에선 “상하 간 화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험이 많고 조직 이해력이 높은 이 차장과 이 청장 중 한 명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치원 인천지방경찰청장(54·경찰대 1기), 정용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52·경찰대 3기),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50·경찰대 5기) 등 경찰대 출신도 만만치 않다.

김치원 청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는 얘기를 듣는다. “후배 경찰관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토대로 방향성을 잘 잡아준다”는 평가다.

정용선 청장은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이다. 대전지방경찰청장 부임 초기 매일 아침 일선 서장 등 전 직원과 함께 학교 주변 교통정리와 불법주차 금지 캠페인 활동을 하기도 했다. 처음엔 반발하던 직원들도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는 정 청장의 진정성을 이해했다는 후문이다.

이상식 청장은 경찰대 5기이자 졸업과 동시에 행정고시(34회)에 합격한 ‘엘리트 경찰’이다.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로 꼽혔지만 부산 SPO 사건 은폐 의혹이 커지고 있어 책임 논란에 발이 묶였다.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인 백승호 경찰대학장(52)은 실무에서 다소 물러나 있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정권 후반기여서 출신 지역도 인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 청장이 대구·경북(TK) 출신이기 때문에 비(非)TK가 유력하다’는 의견과 ‘그래도 TK에게 맡길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이상원 청장(충북 보은)과 정용선 청장(충남 당진)은 충청도 출신이다. 이철성 차장도 경기 수원 출신이어서 ‘TK 인사 챙겨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다. 김치원 청장(울산)과 이상식 청장(경북 경주)은 TK 인사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