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진…3대 불안 요인
(1) 영국 부동산값 하락 우려…자금이탈 확대
(2) 파운드화 폭락…영국 경제 불확실성 높아져
(3) 이탈리아 은행 부실채권도 공포감 키워
○2008년 금융위기 악몽 떠올라
글로벌 금융시장을 일순간에 긴장시킨 발단은 영국 부동산펀드의 ‘펀드런(대규모 환매)’ 조짐이었다. 지난 4일 자산 규모가 29억파운드인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5일엔 18억파운드 규모의 아비바인베스터스와 44억파운드 규모의 M&G인베스트먼츠에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쇄도했다.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이 10% 남짓에 불과한 이들 펀드는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로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환매 요구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이 같은 조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렸다. 당시 영국 부동산시장도 환매 요구에 몰린 펀드가 보유 부동산 급매에 나섰고, 이 결과 수개월 만에 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40% 폭락하면서 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영국 재무부도 브렉시트 투표 이전에 내놓은 예측에서 EU 탈퇴 결정시 주택 가격이 최대 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5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영국 부동산 거래의 절반에 가까운 45%(금액 기준)를 외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해외 자금이 몰렸다”며 “부동산펀드의 주가 급락은 시장 조정의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커지는 영국 경제 불안감
6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파운드당 1.28달러로 급락했다.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 수준이다. 5일 영국 중앙은행(BOE)이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게 기폭제가 됐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리스크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BOE가 이달과 다음달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서 현재 연 0.50%인 기준금리를 0.10%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선임 투자분석가는 “영국의 향후 정치적 불안이 영국 국채 투자리스크를 키우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영국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의 타격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가 내수주 중심의 FTSE250지수 종목을 팔고 떠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4.5%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새 뇌관, 이탈리아 은행 부실
그동안 브렉시트 충격에 가려져 있던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JP모간은 브렉시트보다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은행의 대출 중 17%가 부실여신이며, 금액으로는 36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가 안고 있는 부실채권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우니 크레디트를 포함해 은행주는 올 들어 60% 하락했다.
이탈리아 국채(10년물) 금리도 연 1.27%로 급등했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독일은 물론 스페인 등 인접국가와의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커지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