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워런 버핏(오른쪽부터)이 CNBC방송에 출연해 토론하고 있다. 출처 CNBC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워런 버핏(오른쪽부터)이 CNBC방송에 출연해 토론하고 있다. 출처 CNBC
“난 내 친구들을 대부분 언제 처음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워런 버핏만은 예외다. 그의 만남이 나와 아내 멀린다의 삶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5년 전 오늘이다. 1991년 7월5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60)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gatesnotes.com)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85)에 대해 진한 우정과 존경심을 전했다. 그는 ‘배움과 웃음의 25년’이란 글을 통해 “버핏은 나와 멀린다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내 삶을 바꿔줬다”며 “그는 내가 오마하에 들를 때 지금도 직접 운전해 나를 공항에 데리러 나온다”고 전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버핏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게이츠는 “컴퓨터만 아는 괴짜와 이메일 한 번 쓰지 않는 투자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버핏은 젊은 사업가에게 정중히 MS의 사업 전략에 대해 예리하게 질문했고, 두 사람은 서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대화에 빠져들었다. 우정의 시작이었다.

게이츠는 버핏 특유의 ‘초딩 입맛’에 대해서도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는 “버핏이 우리 집에 묵었을 때 아침식사로 오레오 쿠키를 먹었다”며 “워런의 입맛은 마치 여섯 살짜리 꼬마 같다”고 전했다. 또 “햄버거나 아이스크림, 코카콜라를 달고 사는 버핏과 식사하러 나가는 게 즐겁다”며 “솔직히 젊은이들에게 그의 식단은 최악이겠지만, 왠지 그에겐 잘 통하는 식단인 것 같다”고 적었다.

게이츠의 사무실 전화엔 단축 번호가 두 개뿐이다. 자신의 집과 버핏의 번호다. 게이츠는 “버핏은 나와 아내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라며 “난제를 만나면 ‘워런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스스로 물어볼 때 대체로 최선의 해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