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 "한국형 바이오·제약산업 성장 전략 찾겠다"
“미국과 유럽 사례 연구를 통해 한국형 바이오·제약산업 모델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정부도 제약·바이오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달 혁신형제약기업협의회 2기 회장을 맡은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사진)는 “한국의 산업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정부의 육성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협의회에 주요 제약사 8곳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한국형 모델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첫 TF모임을 한 데 이어 이달 말 전임 정부 고위 관료를 초빙해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활로를 찾는 게 TF팀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제약사를 제치고 중견 제약사인 비씨월드제약사 대표가 국내 43개 혁신형제약기업 모임의 수장을 맡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 대표는 “전문경영인보다 오너 대표가 협의회를 보다 힘 있게 꾸려나가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최근 해외 진출과 연구개발 투자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견제약사다. 지난해 414억원의 매출을 낸 이 회사는 500억원을 들여 경기 여주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2공장을 완공했다. 오는 9월 유럽의약품생산시설 인증인 EU GMP를 신청하고 내년 초 미국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GMP인증은 해당 국가에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국내 제약사가 공장 초기 투자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완제품 판매를 겨냥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홍 대표는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성장의 날개를 마련하겠다는 판단에 공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자체 기술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약물전달시스템(DDS) 분야에서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DDS는 약의 효과가 몸 안에 오랫동안 남아있도록 하는 기술로, 하루 한 번 투여해야 하는 것을 2~3일 또는 최대 수주까지 연장해준다. 미국 일본 등에 관련 기술을 특허등록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3년 독일 제약사 AET에 이어 지난해 미국 에이콘(Akorn)이 완제의약품 생산을 의뢰한 것도 독자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비씨월드제약은 2012년 보건복지부의 혁신형제약기업 선정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당시 46개 선정 제약사 가운데 매출이 가장 적었지만 높은 기술력으로 혁신형제약기업에 선정됐다. 그는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게 경영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비씨월드제약의 연구인력은 65명으로 전체 인력의 25%에 달한다. 그는 “신약 개발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 등 공격적으로 투자할 곳이 아직도 많다”며 “글로벌 퍼스트 개량신약 전략으로 10년 뒤 매출 1조원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