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값 인상설에…'카스 사재기' 소동
올해 초부터 맥주 가격 인상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맥주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업체들도 성수기인 8월까지는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가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맥주시장에선 묘한 변화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오비맥주가 득을 보고, 하이트진로는 고전하고 있다는 것.

주류업계에는 관행이 있다. 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면 도매상들은 1위 업체 제품을 사재기한다.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그때 2위 업체 물량을 확보한다. 가격이 오른 뒤 인상된 값으로 팔면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기 전에 2위 업체가 먼저 가격을 올리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가능하다.

올해 초부터 가격 인상설이 나돌자 도매상들은 1위인 오비맥주의 카스(사진)를 미리 사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 업체 간 점유율 격차가 소폭이지만 더 벌어진 것으로 업계에선 파악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도매상들이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면서 시장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출고량에 실제 없는 가짜 수요가 계속 붙어 유통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 1분기 맥주사업부문은 116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2분기에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맥주 가격 인상설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하이트진로 내부의 분석이다.

오비맥주 측은 느긋한 표정이다. 오비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비 관계자는 “(가격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올여름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설로 지난해 하이트에 빼앗겼던 점유율을 일부 되찾아왔기 때문에 무리해서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오비가 57%, 하이트가 36% 정도였다. 올해는 오비의 점유율이 1%포인트 정도 올라간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