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수당 아닌 청년 연금운동 필요하다
지난달 여야 3당의 국회 대표 연설에 모두 들어가 있는 공통 주제가 있다. 고령화 대책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은 찾을 수 없었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문제의 근본적 처방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이미 가시화된 고령화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접근해야 한다.

제19대 국회와 박근혜 정부 3년차까지 유독 ‘고령화’란 망령이 한국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 집권 초기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면서 임금피크제를 함께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정이 내내 갈등하고 있다. 60세 정년연장을 법으로 보장했는데 임금피크제는 노사자율에 맡겼으니 노사 모두 불리한 제도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국회가 직접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면서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겠다고 공적연금강화특별위원회를 운영했지만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수명은 82.3세다. 건강수명은 73세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장기근속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49세다.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근로기간이 줄고 있는 이 순간에도 퇴직 후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은 물론 75세 이상 노인고용률도 가장 높다. 게다가 서른 살이 넘어서 부모 집에 사는 청년도 적지 않다. 높은 주거 비용이라든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청년들, 즉 ‘리터루(Returoo)족’이 늘고 있다. 30대 청년들이 노후준비는커녕 자립도 못 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고령화 문제를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나 기초연금 증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첫째, 고령사회를 대비해 출산율을 제고하거나 고령자의 연금을 대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연금을 미리 쌓도록 재교육해야 한다. ‘연금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돼 생계를 위해 더 많은 노인이 돈벌이에 나서야 한다면 OECD 최고의 노인고용률은 100년이 지나도 벗어날 수 없다.

둘째, 서울시처럼 ‘청년수당’을 줄 바엔 개인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게 낫다.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공적연금을 강화하기보다 근로자에 대한 사적연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 영국은 2017년부터 생애개인저축계좌를 도입, 18~50세 사적연금 가입자에게 연간 최고 1000파운드(약 150만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평균수명의 증가속도로는 앞으로 더 이상 공적연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적연금제도는 부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부자들은 굳이 연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득으로 얼마든지 노후를 잘 지낼 수 있다. 젊어서 연금을 준비해 놓지 않은 사람은 노후를 전적으로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셋째, 사적연금의 세제혜택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조세지출은 근로자들이 노후에 빈곤상태에 들 확률을 크게 낮춰서 장기적으로 노후복지 지출을 더 크게 줄인다. 따라서 연금 세제혜택은 일부 특수계층에 대한 다른 세제 혜택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세제혜택을 포함한 정부의 사적연금 지원은 단순히 근로자층의 노후안정 지원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현재의 노인들에게 노후자금을 대주는 것은 고령화 해법의 응급처방일 뿐이다. 청년들이 스스로 노후를 해결하게 하는 정책이야말로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령화는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올바른 정책만 채택되면 조기에 충분한 성과와 사회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