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조1000억 '깜짝 실적'] 삼성 "안주하단 훅 간다"…3D 낸드·OLED에 30兆 이상 투입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존재하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4일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 대표이사 세 명이 공동으로 직원들에게 전한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다. 삼성전자는 9분기 만에 다시 8조원대 영업이익에 올라섰지만 안주하기보다 신발 끈을 졸라매고 있다. 주축인 부품 사업에서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점한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업계에선 앞으로 2~3년간 30조~4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가 주력 품목이면서도, 다른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TV 등에 공급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해서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의 반도체 16라인 일부를 3D 낸드용으로 전환 중이다. 이어 17라인 2단계 공장에도 3D 낸드 라인을 설치키로 했다. 올 하반기 장비를 반입해 연말께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은 또 연말 건물이 완공될 평택 공장(1단계 월 10만장 규모)에서도 3D 낸드를 생산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이곳은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경쟁사보다 기술력에서 1~2년 앞선 3D 낸드에 막대한 투자를 해 도시바 마이크론 등 경쟁사뿐 아니라 새로 뛰어든 인텔과 중국 XMC 등이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삼성전자는 D램에서도 이런 ‘초격차 전략’으로 치킨게임을 정리하고 독주체제를 굳혔다.

얼마나 빨리 장비를 채워넣을지는 시장 상황에 달렸지만, 이들 공장에 장비를 다 채울 경우 2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낸드업계 2위인 일본 도시바가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합작으로 앞으로 3년간 3D 낸드 양산에 1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증산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해온 이 회사는 최근 애플과 내년 출시될 아이폰용으로 OLED 패널을 납품키로 계약했다. 그동안 5.5세대 A2 라인에서 월 15만장(플렉시블 포함), 6세대 A3 라인에서 월 1만5000장 규모를 생산해왔는데 애플과의 공급 계약으로 비슷한 규모의 증산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월 6만장에서 7만5000장 규모의 설비를 증설 중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투자 규모가 내년까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