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사 협력 없는 조선업 위기극복은 없어
지난달 30일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결정됐다. 작년 말 해당 제도가 마련된 뒤 첫 번째 적용 사례다. 조선업체, 사내협력업체, 기자재업체 등 약 7800개 업체 근로자들이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은 이번 지원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재취업훈련비, 체불임금 지원 등을 받게 됐다. 다만 조선 3사는 고용 상황 및 노사 자구노력 등의 여건으로 인해 이번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됐고, 향후 여러 여건을 고려해 지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 갈브레이드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저서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조선산업 위기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 조선산업은 2000년대 중후반 호황을 누렸고, 2010년 이후에는 해양플랜트 수주로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인 호황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회의 이면에는 갑작스런 업황 부진과 수주 감소라는 위기가 잠재해 있었다. 따라서 해당 산업에서는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한국 조선산업 위기는 현실화됐다. 이제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이번 조선업 위기는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 흐름의 방향 전환 등 조선업체들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요인들에 의해 심화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산업 업황은 해당 산업에 속한 업체들이 고려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하며 미래 전망 및 대응책을 세워 실행하는 것도 해당 분야 업체들 몫이다. 따라서 조선산업 위기 극복의 주체는 조선산업 노사가 돼야 할 것이다. 다만 급격한 업황 변화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이번 정부의 조선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선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발등의 불은 어느 정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산적한 문제는 조선산업 노사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선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마지막 방안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한국 조선산업 위기가 저절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다만 조선업 위기 타개를 위한 고용위기 극복 신호탄이 켜진 정도의 의미가 더 강하다. 소위 ‘마중물 효과’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으로 조선산업 노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통한 지원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는 서로 양보를 통한 자구노력으로 이번 지정을 기회로 삼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임금체계 개편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은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근로자는 숙련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노사 상생의 새로운 계기가 형성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오계택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