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러 양국 군사당국은 사드 배치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중국 관영 언론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양위진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관련 행위를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필요한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장거리 미사일의 전진 배치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러시아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는 “사정거리가 한국 내 미군 사드 기지까지 이르는 미사일 부대를 극동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사드 배치가 북한 핵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한·미 양국의 설명을 일축했다. 스리랑카 콜롬보를 방문 중인 왕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월하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 배후에 있는 (미국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완전히 일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선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국 정치인과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정부 관계자·기관과 관련 한국 기업은 중국 왕래와 경제 교류를 차단하고, (해당 기업) 제품의 중국 수입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