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화가 오만철 씨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반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도자화가 오만철 씨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반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홍익대 미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오만철 씨(53)는 1990년대 중반부터 도예가의 길을 걸었다. 단국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하며 고미술 감정도 연구했다. 도자기판을 만들면서 흙에 미쳤고, 그 위에 산수화를 그리면서 진한 묵향에 빠졌다. 도자그림을 구우면서는 불의 오묘함에 전율했다. 조선시대 화공(畵工)과 도공(陶工)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린 지 20여년. 그의 작품은 현대 주거생활에 어울리는 ‘리빙아트’로 불릴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작년에는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도자화가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오씨가 12~2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 주제는 ‘흙과 불, 붓의 3색 변주’. 조선시대 백자를 비롯해 산과 강, 들과 하늘, 꽃과 나무를 도자기 판에 빚어낸 근작 20여점을 건다. 흙과 불이 만나 동양화 특유의 스밈과 번짐이 오롯이 살아있는 작품들이다.

조선시대 국보급 백자를 재현한 ‘반추(反芻)’ 시리즈는 장식성을 최대한 살리되 작가의 도자기 사랑을 투영한 작업이다. 은빛 색감을 중심으로 청색 톤을 살려냈다. 부드럽고 입체적인 데다 고급스럽다. 작가는 “조선시대 도자기 장인에 대한 존경심을 도판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의 풍경화는 수묵화를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남 담양 죽녹원의 겨울 풍경, 시골 장독대에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풍경, 눈 덮인 보성 차밭, 앙상한 자작나무 등을 그린 작품들은 아늑하면서도 고요한 멋이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소담스럽고 귀티를 풍기는 까닭은 뭘까.

중국 징더전의 고령토와 철 성분이 함유된 특유의 안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씨는 2012년 징더전 고령토를 만나면서 도자회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중국 고령토는 국내 흙과 달리 찰지고 단단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자국 고령토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금하죠. 그래서 징더전에 작업실을 차리고 도판을 제작했습니다.”

고령토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였다. 중국 가마 온도는 한국(1200도)과 달리 1300도여서 안료가 잘 먹혀들지 않았다. 안료 연구에 몰입했고, 수차례 실패와 좌절을 거쳐 고온에 견디는 안료를 개발했다. 도판의 선과 색이 굴곡이 나지 않으면서도 마치 캔버스에 붓질하듯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흙과 불, 붓에 대한 짝사랑’을 도판에 자유롭게 풀어내는 그는 “요즘도 매일 10시간 이상 작업하고 있다”며 “불을 지펴 도판을 제작하고, 붓끝으로 수묵정신을 살리면서 삶의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 속에는 전통 한국화를 새롭게 모색한다는 자부심도 담겨 있다.

“지금은 서양화에 밀려 위축됐지만 한국화만큼 탁월한 회화성을 지녔고 정서적 순화와 행복감을 주는 그림도 없습니다. 한국 도자회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할 거예요. 산수화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민화와 풍속화도 도자화로 제작할 겁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