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뱅크론(은행대출채권)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금리 인상 시점을 염두에 둔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환노출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96%를 기록했다. 최근 6개월 수익률도 -0.78%를 나타냈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환회피형) 펀드도 -0.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 하락 등으로 올 들어 659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른 뱅크론 펀드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 펀드도 최근 1개월 동안 0.60%의 수익을 내며 비교적 선전했지만 올 들어 561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뱅크론 펀드는 미국의 저(低)신용등급 기업 대출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금융회사가 투자 적격 등급(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기준 ‘BBB’ 등급) 미만인 기업에 대출해주고 받는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뱅크론 펀드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야 추가적인 수익(은행 대출금리 인상)을 올릴 수 있다.

뱅크론 펀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초부터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이후 ‘소방수’로 나선 각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돈줄을 푸는 등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려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달 14~15일 열린 미국 중앙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OMC 위원들은 브렉시트 파장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기에 브렉시트로 영국 등 유럽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출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점도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를 예단하기 힘든 만큼 관련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산전략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수익률이 영향을 받는 뱅크론 펀드 등은 투자상품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종석 이스트스프링 이사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추가 수익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금리 인상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높은 이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특성상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4~6%포인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