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고추 시금치 깻잎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예년보다 찜통더위가 일찍 찾아와 수확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폭염·장마에…채소값 폭등
○날씨 때문에 출하 늦어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2일 적상추 4㎏은 도매가로 5만4000원에 거래됐다. 1주일 전인 지난 5일 거래가격은 2만400원이었다. 1주일 만에 164% 급등했다. 작년과 비교해도 크게 올랐다. 적상추 4㎏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950원에 거래됐다. 1주일 전 1만4800원에 거래되던 깻잎 2㎏도 이날 2만7400원으로 가격이 85% 뛰었다. 시금치값도 1주일 새 61% 올랐다.

예년보다 빠른 무더위와 집중호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는 8일 나왔다. 지난해보다 1주일 빠른 것이다.

aT 관계자는 “상추, 시금치 등 잎채소는 적당한 일조량과 일교차 같은 생육 환경이 중요한데 최근 무더위에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특히 상추는 낮은 기온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이른 무더위가 생산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상추 시금치 깻잎 등 잎채소는 기온이 22~24도일 때 가장 잘 자란다.

지난주 수도권에 집중된 호우도 수확에 영향을 미쳤다. 잎채소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제때 수확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가 많이 오면 수확과 출하가 늦어지면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올해 경기지역 상추 출하는 예년에 비해 5일이나 늦었다. 신선한 상품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채소값이 급등했다.

○고추와 애호박 가격도 급등

고추와 애호박 가격도 1주일 새 각각 10%와 51% 올랐다. 고추와 애호박 주산지인 경북지역이 예년보다 더웠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경북지역은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장마가 끝나고 와야 할 본격적인 무더위가 2주가량 빨리 온 것이다.

채소값이 뛰자 대형마트들은 예년보다 빨리 고랭지 채소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랭지 채소는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3도가량 낮고, 일교차가 큰 해발 500m 이상 지역에서 자란다. 폭염 영향을 적게 받는 강원도가 주산지다. 가격이 약 10% 비싸 통상 장마가 끝난 8월에나 취급했다. 일반 지역에서 재배된 채소값이 뛰면 고랭지 채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랭지 채소를 조기에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기상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수확작업이 정상화되는 10월 말께나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