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만난 버냉키, 무슨 얘기 나눴을까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8~29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만남이 알려지며 시장에서는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냉키 전 의장은 전날 도쿄에서 구로다 총재와 점심을 함께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2년 Fed 이사 시절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로 빠져들면 “헬리콥터로 돈을 공중에서 뿌리는 것이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 뒤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붙었다.

일본은행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버냉키 전 의장이 통화정책을 조언하고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과거에도 일본 경제 문제에 대한 견해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로다 총재는 ‘헬리콥터 머니’ 같은 급진적인 통화정책은 현행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여러 차례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총리 관저는 이날 오후 3시 아베 총리도 버냉키 전 의장과 면담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시장 동향과 금융정책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승리 후 지난 11일 연 기자회견에서 “내수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과감한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을 동원하는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공조한다는 차원에서 구로다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추가 양적완화 방안으로는 국채 매입 한도 확대와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 확대 등이 거론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