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 관련주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아시아 각지에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한국 증시도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레저주 '취약'…음식·화장품주 '양호'
◆“新규제에 무방비 상태”

13일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에 10개 주요 중국 관련주가 ‘G2 리스크’에 영향받는 정도에 대한 평가를 의뢰한 결과 리스크 면역력은 5점 만점에 평균 3.41점으로 나왔다. 점수가 높을수록 충격을 덜 받는다는 의미다. 중국 관련주들이 비교적 큰 충격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전기차 관련주는 안정성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LG화학(2점)과 삼성SDI(2.5점)가 모두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평점을 받았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 문화·레저 관련주도 ‘중국 외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 영화관을 대폭 확장하고 있는 CJ CGV(2.6점)와 중국 관광객의 면세점 이용 수혜 비중이 큰 호텔신라(2.3점)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관영 미디어 등을 동원해 한류 열풍을 식힐 경우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드 분쟁 등으로 중국이 한국 업체에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경우에 대한 대비는 업종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고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난 화장품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도 신종 규제에 약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신종 규제 면역력 평가에서 2.5점에 머물렀다. 반도체주 SK하이닉스(2.6점)와 카지노주 파라다이스(2.3점)도 중국에서 신규 규제가 나오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국제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드 배치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중국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중국계 자금 이탈 등에 따른 증시 하락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음식료주 비교적 영향 적을 듯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되더라도 음식료주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식품업체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서 성장성과 신종 규제 취약 수준,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 등 대부분 항목에서 ‘안정적’ 수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정적인 대응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매일유업 등 분유주 점수도 전반적으로 높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단기간에 크게 출렁였던 화장품주도 중국 시장의 성장성이 양호하고 중국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아직 큰 만큼 외부 리스크에 어느 정도 대응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드 도입 등으로 한·중 간 정치적 관계가 냉각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경제 분야까지 전면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업종별로는 중국 업체와 경쟁관계가 약한 음식료, 화장품 등이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욱/김익환/고은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