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0코스에 있는 현수교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한국의 길과 문화 제공
해파랑길 10코스에 있는 현수교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한국의 길과 문화 제공
불볕 더위가 심신을 지치게 한다.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떠나고 싶지만 물 반 사람 반의 번잡함이 싫다면 오솔길을 걸으며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걷기여행은 어떨까?

숲길에는 은은한 솔향기가 풍겨나오고 바닷길에서는 멋진 석양을 만날 수 있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풍경은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버릴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름에 걷기 좋은 길을 선정했다. 산 바다 계곡을 아우르는 우리 국토의 속살을 찾아 걷기 여행을 떠나보자.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해파랑길 8코스, 다채로운 맛 선사하는 팔색조길

[여행의 향기] 동해 바다 옆에 끼고…이 여름, 같이 걸을까
울산을 경유하는 해파랑길의 다섯 개 코스 중에서도 8코스는 숲길과 해안길, 포구길, 해송길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최근 울산대교 전망대가 완공되면서 울산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8코스의 시작은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과 담장을 맞댄 염포삼거리다. 삼거리를 출발하면 길은 곧 염포산 오솔길로 접어드는데, 이 길은 염포산 임도를 만날 때까지 울산 외곽을 한 바퀴 도는 ‘울산 어울길’과 고스란히 포개진다. 오솔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넓은 임도를 만나며 길이 시원하게 트인다. 임도 양쪽으로 벚나무와 참나무 등이 크게 웃자라 임도 중간까지 시원한 그늘이 드리운다.

한참을 걷다 보면 근래 완공해 10월 정식 개장하는 울산대교 전망대를 염포산 서쪽 언저리에서 만난다. 전망대에서 울산 앞바다와 태화강이 만나는 울산만 및 그 일대를 훤히 내다 볼 수 있고, 울산대교 너머로는 온산공단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망대를 내려와 방어진체육공원을 거쳐 큰 길로 내려서면 시내를 거쳐 방어진항으로 들어선다. 방어진항 구간은 포구 쪽으로 길이 이어지므로 정박해 있는 선박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방어진항을 지나면 길은 슬도공원으로 이어진다. 파도가 밀려올 때면 바위에서 비파 소리가 난다고 해서 비파 슬(瑟)자를 쓰는 작은 섬이다. 지금은 방파제로 이어져 슬도 등대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인기가 높다. 슬도에서 대왕암으로 이어지는 해안 길은 해파랑길 8코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구간이다.
 슬도 공원과 대왕암 공원을 잇는 해파랑길 8코스의 해안길
슬도 공원과 대왕암 공원을 잇는 해파랑길 8코스의 해안길
이 길의 입구인 성끝마을은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번듯하게 벽화마을로 꾸며져 외지 관광객을 맞는다. 근래 들어 대왕암공원과 연계돼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커피숍 등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다.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 대왕암에 가까워질수록 동해를 보며 자란 아름드리 해송이 군락을 이루면서 길은 더 그윽해진다. 울산 대왕암은 바위 풍모나 주변 경관이 경주 대왕암보다 뛰어나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 코스의 종착점인 일산해변까지 이어지는 길도 울창하게 자란 해송숲길이어서 기분 좋게 걷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11.7㎞이며 5시간 걸린다.

코스: 염포삼거리~염포산~울산대교 전망대~방어진체육공원~방어진항~슬도공원~대왕암공원~일산해변

해파랑길 10코스-동해바다 지질공원 걷기여행

한반도가 융기와 침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출 때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젊은 땅이 울산~경주~포항 일대라고 한다. 울산과 경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파랑길 10코스에서는 20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땅의 탄생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일대 땅에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의 단단한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길의 출발점인 울산 정자항을 지나 한참을 몽돌해안 옆길을 따라 걷는다. 정자항 근처가 공사 중이어서 걷는 맛이 떨어진다면 강동화암주상절리부터 걸어도 되고, 그보다 더 압축해서 걷고 싶다면 하서항부터 시작되는 ‘파도소리 주상절리길~읍천항’ 2㎞ 구간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파도소리 주상절리길은 관광객 사이에 인기가 높다.

하서항을 출발하면 얼마 안 가 상상보다 거대한 동해안의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주상절리는 약 2000만년 전인 신생대 3기에 분출한 현무암 용암이 바다와 만나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수축되며 목재더미 모양으로 남은 것을 말한다. 특히 이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부채꼴 주상절리까지 꽃처럼 피어나 있어 에메랄드빛 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주상절리 구간을 지나면 벽화마을로 이름을 얻은 읍천항이다. 주말이면 사진 찍으러 오는 이들이 많던 곳인데, 벽화가 퇴색하면서 그 수가 줄었다. 읍천항은 주상절리길을 걸으러 왔다가 함께 들러보는 곳 정도가 됐으나 최근 옛 명성을 되찾자는 주민들의 염원으로 벽화작업을 새로 하고 있다.

해파랑길 10코스의 끝은 나아해변이다. 이곳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중요 사적지인 문무대왕 수중릉을 볼 수 있고, 그곳에서 다시 5분만 더 가면 용이 된 문무대왕이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받아 편히 쉬라는 뜻으로 지어진 감은사 옛터가 있다. 14.1㎞이며 5시간 걸린다.

코스: 정자항~강동화암주상절리~관성해변~하서항~파도소리 주상절리길~읍천항~나아해변

부산 해운대 삼포길, 폐철로에서 이어지는 낭만길
 부산 해운대 삼포길
부산 해운대 삼포길
부산 부산진구와 경북 포항을 잇는 동해 남부선이 복선화되면서 해운대와 삼포를 지나던 철로는 폐철로가 됐다.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폐철로를 따라 길이 이어지는 해운대 삼포길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전국의 52개 걷기 좋은 해안누리길’ 중 하나다. 해운대 동백섬에서 시작해 삼포(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거치는 길로 노선 중간에 달맞이길과 연결된다. 길 시작점인 동백섬은 퇴적 작용 때문에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다.

섬 중앙에는 신라시대 유학자 최치원의 동상과 시비가 있고 동쪽 해벽에는 그가 남긴 ‘해운대’라는 석각(石刻)이 있다. 해운대에서 달맞이의 감흥에 취해 자신의 자(字)인 ‘해운’을 새겨 넣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위용과 하늘을 향해 솟은 마천루, 그리고 끊임없이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의 바쁜 움직임을 통해 해양 수도 부산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7㎞, 3시간 소요. 한국해양재단 (02)741-5278

코스: 동백섬~해운대해수욕장~미포교차로~해월정~달맞이 어울마당~청사포~해마루~죽도공원

소백산자락길 3코스 죽령 옛길, 기억을 더듬다

 소백산자락길 3코스 죽령 옛길
소백산자락길 3코스 죽령 옛길
죽령 옛길은 경북 영주에 있는 중앙선 희방사 역에서 시작된다. ‘아흔아홉 굽이에 내리막 30리 오르막 30리’라고 불린 죽령은 오랜 세월 교통의 요충지였다. 한양과 경상도를 잇는 최단 경로인 까닭에 사람들은 힘들어도 이 험한 고개를 넘었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사시사철 번잡하던 이유다.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고자 상경하는 선비, 허리춤에 짚신을 차고 봇짐과 행상을 지고 힘들게 걷던 보부상, 고을에 부임하는 관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며 숨 가쁘게 걸었던 길. 천 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죽령에서 옛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11.4㎞, 3시간30분 소요. (사)영주문화연구회 (054)633-5636

코스: 희방사(소백산)역~주점 터~죽령마루~보국사지~죽령분교~죽령터널~용부원리~장림리

봄내길 2코스 물깨말구구리길, 폭포와 유적지

기차여행의 낭만을 대표하는 경춘선 강촌역에서 계곡을 따라 걸으면 봄내길 2코스 물깨말구구리길이 나온다. 물깨말은 ‘물가에 있는 마을’로 강촌을 뜻한다. 강촌은 구곡폭포를 중심으로 한 관광지다. 자연풍광이 좋아 예부터 많은 사람이 찾았다. 춘천 의병장 습재 이소응이 ‘숨어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던 문배마을도 있다.

마을을 지나면 물소리가 가슴속까지 청량감을 전해주는 구곡폭포를 만난다. 연계코스를 이용하면 조선 후기 학자이자 의병장인 의암 유인석 유적지를 만날 수도 있다. 마을에는 무기제조창, 여성 의병 윤희순 가옥 등 의병활동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8.1㎞, 3시간 소요. 춘천시청 (033)250-3089

코스: 구곡폭포 주차장~봉화산길~문배마을~구곡폭포~구곡폭포 주차장

인천 둘레길 6코스, 생태공원, 대공원 가볼까

인천 둘레길 6코스는 수인선 주요역 중 하나인 소래포구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걷는 길이다. 인천의 하천과 갯벌 포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걷다 보면 소래시장과 갯냄새 물씬 풍기는 포구를 만나고, 전통식 소금창고와 각종 염생식물로 가득한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이른다. 길의 종착점에는 인천시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인천대공원이 있다. 10.6㎞, 4시간 소요. 인천 둘레길 추진단 (032)433-2122

코스: 소래포구시장(소래포구역)~소래습지생태공원(주차장)~전시관~소래습지생태공원(습지원)~장수천~인천대공원(호수광장)

레일바이크도 같이 즐기는 섬진강 둘레길

전라선 곡성역에서 출발하는 섬진강 둘레길은 기차여행의 모든 것이 있는 길이다. 국내 최고의 기차 테마공원이 있는 옛 곡성역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강변길, 옛 전라선 폐철로길, 숲길 등을 만날 수 있다. 코스 중간에 나타나는 침곡 기차역에서 레일바이크를 이용해 가정기차역으로 내려가 옛 전라선을 달리던 증기기관차를 타고 길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도 이 길의 매력이다. 15㎞, 5시간 소요. 곡성군청 산림과 (061)360-8423

코스: 기차마을~작은침실골~침곡기차역~가정기차역~이정마을~압록유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