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1일 세종문화회관 무대
플루트·호른 등 연주자 7명
인물마다 악기 하나가 함께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8~3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리는 현대오페라 시리즈 첫 작품 ‘도요새의 강’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슬픔과 한을 그린다. 기존 오페라에서는 볼 수 없던 주제다. 이 공연의 이경재 연출가와 구모영 지휘자는 17일 “불안의 시대를 사는 관객이 한 여인의 아픔을 바라보며 마음을 나누고 치유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이 1964년 쓴 이 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각종 사고로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미친 여인’이다. 유괴된 아이를 무작정 찾아 헤매는 실성한 여인을 보고 처음엔 이 여인과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사람들이 비웃는다. 하지만 곧 함께 슬픔을 느끼고 그를 위해 기도한다. 어머니와 많은 사람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아이의 영혼이 나타나고 사람들을 위로한다.
아이를 잃은 슬픔부터 아이의 영혼과 만났을 때 느끼는 환희와 치유까지 어머니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무대는 최소화한다. 배와 강도 상징적으로만 표현된다. 이 연출가는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인간의 심리는 복잡하게 흘러간다”며 “이들의 내면을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무대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독특하다. 공연에는 플루트, 호른, 더블베이스, 비올라, 하프 등 연주자 7명이 참여한다. 구 지휘자는 “인물마다 악기 하나가 함께한다”며 “플루트는 어머니 대사가 나올 때마다 메아리처럼 연주되고 호른은 뱃사공, 더블베이스는 여행자가 나올 때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일본 음악의 색채도 묻어난다. 브리튼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본 전통극 ‘노’의 영향을 받아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구 지휘자는 “일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과도 비슷한 동양적 선율이 강하게 흐른다”며 “영국에서 작곡된 동양적 음악이 다시 동양에서 재창조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진이 모두 남성인 것도 독특하다. ‘미친 여인’ 역은 테너 서필과 양익준이 맡았다. 남녀 역할의 구분 없이 모든 배역을 남성 출연자가 맡는 노의 특성이 반영됐다. 일반 오페라와 달리 모두가 얼굴에 페인팅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도 특이하다.
이 연출가는 “영국에서는 가면을 쓰고 초연이 이뤄졌는데 이번 공연에선 페인팅을 하기로 했다”며 “페인팅은 가면과 달리 근육의 움직임과 표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지휘자는 “아이의 영혼이 나타난 뒤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은 합창이 울려 퍼진다”며 “신비로움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만~7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