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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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오는 10월12일 창업 10주년을 맞는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사진)이 창업한 회사다. 오랫동안 유명세를 탔던 진 회장이었지만 PEF 업계에 문외한이었기에 시장의 의구심은 적지 않았다.

이런 스카이레이크가 국내 간판급 PEF 운용사로 급성장했다. 운용 자산(AUM)은 총 2조원으로 2006년 출범 당시(300억원)보다 67배나 불어났다.

◆“인수금융의 무서움 안다”

진 회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이 귀하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아야 목숨을 걸고 남의 돈을 운용할 수 있다”며 “밑바닥에서 수많은 투자 시행착오를 경험한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일부터가 고역이었다. 진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이나 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명함은 기관투자가들에 무용지물이었다”며 “평소 친분이 있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등 지인들로부터 10억~20억원씩 모아 가까스로 300억원을 마련했다”고 돌아봤다.

창업 후 4년간은 적자였지만 조기에 수익을 내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다고 한다. 다른 PEF의 투자 실패 사례들을 철저하게 반면교사로 삼았다. 기업을 인수하는 단계에서 대출(인수 금융)을 활용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진 회장은 “2007년 코스닥 상장사 에스에프에이에 대출을 끼고 460억원을 투자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 폭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할 뻔했던 위기를 넘긴 후 인수금융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의 운영 성과는 업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테이팩스(공업용 테이프 제조업체), 에스아이티(공장 설비 자동화 업체) 등 국내 53개 기업에 투자해 13곳에서는 투자금 회수를 완료했다. 9개 펀드 가운데 1, 2호 펀드는 청산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연간 투자수익률(IRR 기준)은 각각 9.3%, 11.2%로 집계됐다. 국민연금 등 장기투자자들이 믿고 기다려준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진 회장은 강조했다. “2013년 말에 1호 펀드를 청산한 뒤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돌려줬더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전직 장관에게 뜯겼다고 잊었던 돈이 이자(연간 9.3%)까지 붙어서 왔으니 놀랄 수밖에요.”

◆“회사에서 가족들 내보낸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진 회장은 국내 간판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낙관했다. 18년간 몸담았던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수많은 부품을 필요로 하는 휴대폰의 제조 공정을 수직 계열화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며 “혁신을 이뤄낼 분야가 공정별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위기에 버틸 수 있는 체력도 강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도 “수직 계열화된 제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디자인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혁신과 열정이 사라지면서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를 여러 차례 지켜봤다”고 토로했다.

진 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기업에 자체 연구소를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 회장은 “스카이레이크는 매출 5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을 인수하더라도 꼭 자체 연구소를 둔다”며 “여기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서 퇴직한 박사급 고급 인력들을 데려와 기술 및 제조경쟁력을 단기간에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은 스카이레이크의 향후 10년 계획을 묻는 질문에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계자를 영입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지분 절반까지 넘겨 줄 수 있다는 복안도 털어놨다. 스카이레이크는 진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개인 회사다.

지난 16일엔 임직원들에게 “아내와 장남 등 회사에서 근무하는 가족들을 그만두게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진 회장은 후계자가 갖출 요건으로 △진대제에 버금가는 평판 △투자 철학 공유 △탄탄한 자금력 △1960년대생 등 네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PEF 업계에서는 스카이레이크의 내부 이익잉여금(300억원)과 연간 운용보수 및 성과보수 등을 고려하면 회사 가치가 최소한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좌동욱/김대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