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중국 청두 스마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공정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지멘스 제공
지멘스 중국 청두 스마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공정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지멘스 제공
컨베이어벨트는 하나인데 그 위에 올라 있는 제품의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이 하나의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품마다 다른 부품이 부착됐다. 지멘스 중국 청두 스마트 공장의 작업 모습이다. 청두 공장은 지멘스가 독일 외 지역에 세운 유일한 스마트 공장이다.

이런 방식의 작업이 가능한 것은 지멘스의 자동화 시스템 때문이다. 지멘스 청두 공장에 들어오는 모든 부품과 재료, 제품에는 일련번호가 부여된다. 각각의 기계에는 센서와 측정장치가 부착돼 있다. 수많은 센서는 수천만개의 정보를 찾고, 공장은 이를 스스로 해석해 작업 지시를 내린다. 이 때문에 한 라인에서 제각각의 기종이 생산될 수 있다. 공장은 ‘지금 어느 제품을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창고에서 어떤 부품을 가져와야 한다’는 판단까지 내린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00종류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공장 관리자는 설명했다.

각 부품과 제품마다 일련번호가 있다 보니 각 공정의 진행 과정을 데이터로 집계할 수 있다. 지멘스 관계자는 “하루 1300만개 이상의 데이터가 청두 공장에서 생산된다”며 “공장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는 공정 효율화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다른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공장 관리자가 빅데이터 활용법을 보여주겠다며 벽면에 붙어 있는 터치스크린 화면을 눌렀다. 최근 이 공장에서 발생한 불량 생산 목록이 모두 화면에 나타났다. 이 중 하나의 불량 사례를 누르자 이 제품에 투입된 부품과 이 제품이 지나온 공정 과정이 초 단위로 보였다.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화면에 표시됐다. 과정별 불량률, 부품별 불량률, 사유별 불량률도 통계로 나왔다.

청두 공장의 불량률은 0.001%다. 제품 10만개를 생산할 때 약 1개의 불량품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리융리 공장장은 “일반적인 제조업 공장의 불량률이 0.03%인 것을 감안하면 청두 공장 불량률은 획기적인 수준”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불량률이 공장 근로자의 노력이나 공장 지도자의 리더십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낮아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멘스 관계자는 “청두 공장의 공정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설계하고 세우는 과정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청두 공장을 설립하기 전 가상의 인터넷 공간에서 공장을 세워 운영했고,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를 시험했다.

청두=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