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위로부터의 개선엔 한계…한국 기업, 아래부터의 혁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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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부활의 길 '모노즈쿠리' 제시한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
도요타 50년 무파업 비결은 소통 통한 신뢰
세계 1위 비결은 실패에서 배우는 끈질김
판매는 품질에 달려…양 집착땐 폭스바겐 꼴
전기차·수소차 등 '공존의 시대' 열릴 것
도요타 50년 무파업 비결은 소통 통한 신뢰
세계 1위 비결은 실패에서 배우는 끈질김
판매는 품질에 달려…양 집착땐 폭스바겐 꼴
전기차·수소차 등 '공존의 시대' 열릴 것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장기 불황 동안 일본의 대부분 산업은 쇠퇴했다. 그러나 자동차는 달랐다. 도요타자동차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 10% 초반에서 현재는 20%를 넘어섰다. 대부분 학자가 일본 산업의 몰락에만 주목하던 2000년대 초반,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는 도요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조업 부활의 길로 모노즈쿠리를 제시했다. 모노즈쿠리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말한다. 모노즈쿠리와 가이젠(改善: 지속적인 개선)을 조합한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도요타는 1931년부터 70여년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지켜온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2007년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규모 리콜, 동일본 대지진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가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에서 개최한 한·중·일 국제학술대회 참석 차 방한한 후지모토 교수를 만나 도요타의 경쟁력과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도요타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도요타는 실패를 많이 한 회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생산량 감축을 주저하다가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재무구조가 나빠졌고, 동일본 대지진 같은 외부 악재도 겪었습니다. 도요타의 강점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다음 능력을 구축하는 끈질김’에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는 혼을 다하는 모노즈쿠리 정신을 발휘하고, 공정이나 판매, 서비스 단계에서는 끊임없이 가이젠 활동을 합니다.”
▷가이젠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우선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업 속도는 컨베이어벨트를 빨리 돌리는 것이죠.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도요타는 작업 속도를 공장 사정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따라 결정합니다.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그래서 노동 강도를 높이는 대신 가이젠을 통해 작업 밀도를 높였습니다. 작업자가 대기하는 시간이나 걷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죠. 저스트 인 타임(JIT: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공급한다)으로 불리는 재고관리 시스템도 끊임없는 가이젠의 결과입니다.”
▷현장에서 개선 방안을 찾는군요.
“도요타는 매년 100만건 이상의 가이젠을 합니다. 가이젠을 위한 작업 표준만 400여개가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작업자가 조금이라도 이상을 발견하거나 개선할 방안이 떠오르면 라인을 멈추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전 세계 50여개 생산기지 전체로 보면 10분에 한 번씩 라인을 멈출 정도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개선점을 파악하고 사내에 전파하는 상향식 품질 개선은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자동차 기업에는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현대자동차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극복했다는 점에서 도요타와 비슷합니다.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유럽과 중동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도 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요타와 차이가 있다면 품질 개선이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출발하는 ‘톱다운’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임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개선 활동을 추가하면 좋을 것입니다.”
▷도요타의 노사관계는 어떻습니까.
“도요타 노조는 1962년 ‘노사 선언’ 이후 50여년간 무파업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1950년에는 대규모 분규로 창업주인 도요타 기이치로 회장이 물러났고 직원 10%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후 노사 협조를 확인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10년 동안 도요타 회사 측은 오직 한 가지, 소통에 힘썼습니다. 당시 도요타 인사부장은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다섯째도 소통”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길은 소통을 통한 신뢰 형성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과제는 무엇인지요.
“판매량은 품질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곧잘 ‘수량 제일주의’에 빠집니다. 도요타도 GM을 따라잡을 때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최근 세계 1위를 노리던 폭스바겐이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위 기업이 바로 눈앞에 있으면 따라잡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죠. 헌데 양에 집착하면 품질에 문제가 생깁니다.”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치열합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은 중요한 기술 진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율주행을 위한 자율주행’이라고 보일 정도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래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고령 운전자 급증, 교통 소외지역 해결, 서비스업에서의 노동력 부족, 젊은 층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 저하 등 현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신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폭스바겐에 이어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의 연비 조작이 불거졌습니다.
“도요타 리콜 사태나 미국의 현대차 연비 제재도 근본 원인은 모두 같다고 봅니다.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은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각국의 환경 규제와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방정식을 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회적 요청에 따라 기업이 보기에 다소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설계에 실패하고, 실패를 아예 파악하지도 못하거나 감추고 묵과하는 불상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개선하고 발전하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친환경차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 전기차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차종이 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일은 21세기 전반에는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차세대 차량이 용도에 맞게 쓰이는 ‘다양성의 시대’가 이어질 것입니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당분간 일정 지역 안에서 카셰어링(차량 공유) 등에 쓰일 것입니다. 반면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긴 반면 충전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 경로가 정해져 있는 노선 버스 등에 적합합니다.”
▷최근 고급차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급차는 품질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우면서 클래식한 디자인,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 등 자동차의 성능 향상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무형자산을 오랜 기간 축적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제품이 아닙니다. 도요타의 렉서스는 미국에선 성공했지만 유럽의 벽은 아직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기존 도요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급차 부문은 신흥국 부유층 등에서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후발 주자들은 기존 독일 업체의 강점과 약점을 항상 의식하면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일본에는 엔화 강세, 저출산·고령화,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부상 등이 한꺼번에 덮쳤습니다. 한국도 다양한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죠. 이런 때일수록 성장 전략만큼이나 안정 전략도 중요합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우량한 기업의 생산 공장을 반드시 한국에 남겨야 합니다. 그 기업을 중심으로 탄탄한 산업군을 구축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죠.”
후지모토 다카히로 교수는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는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히는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의 개념을 정립해 경영학계에 처음 소개한 석학이다.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을 2004년부터 맡고 있다. 도요타, 미쓰비시중공업, 고베제강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30여곳이 이 센터에서 후지모토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후지모토 교수는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학자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한국개발연구원(KDI) 파견 근무 당시에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연구했다. 도쿄대 검도부 부장을 맡아 매년 서울대 검도부와 정기전을 벌이는 등 학생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는 《모노즈쿠리 경영학》(2009), 《모노즈쿠리의 부활》(2016) 등이 있다.
△1955년 출생 △1979년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입사 △198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1990년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 △1996~1997년 하버드대 경영대 객원교수 △1998년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2004년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2013년 모노즈쿠리개선네트워크 대표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규모 리콜, 동일본 대지진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가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에서 개최한 한·중·일 국제학술대회 참석 차 방한한 후지모토 교수를 만나 도요타의 경쟁력과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도요타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도요타는 실패를 많이 한 회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생산량 감축을 주저하다가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재무구조가 나빠졌고, 동일본 대지진 같은 외부 악재도 겪었습니다. 도요타의 강점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다음 능력을 구축하는 끈질김’에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는 혼을 다하는 모노즈쿠리 정신을 발휘하고, 공정이나 판매, 서비스 단계에서는 끊임없이 가이젠 활동을 합니다.”
▷가이젠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우선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업 속도는 컨베이어벨트를 빨리 돌리는 것이죠.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도요타는 작업 속도를 공장 사정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따라 결정합니다.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그래서 노동 강도를 높이는 대신 가이젠을 통해 작업 밀도를 높였습니다. 작업자가 대기하는 시간이나 걷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죠. 저스트 인 타임(JIT: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공급한다)으로 불리는 재고관리 시스템도 끊임없는 가이젠의 결과입니다.”
▷현장에서 개선 방안을 찾는군요.
“도요타는 매년 100만건 이상의 가이젠을 합니다. 가이젠을 위한 작업 표준만 400여개가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작업자가 조금이라도 이상을 발견하거나 개선할 방안이 떠오르면 라인을 멈추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전 세계 50여개 생산기지 전체로 보면 10분에 한 번씩 라인을 멈출 정도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개선점을 파악하고 사내에 전파하는 상향식 품질 개선은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자동차 기업에는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현대자동차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극복했다는 점에서 도요타와 비슷합니다.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유럽과 중동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도 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요타와 차이가 있다면 품질 개선이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출발하는 ‘톱다운’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임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개선 활동을 추가하면 좋을 것입니다.”
▷도요타의 노사관계는 어떻습니까.
“도요타 노조는 1962년 ‘노사 선언’ 이후 50여년간 무파업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1950년에는 대규모 분규로 창업주인 도요타 기이치로 회장이 물러났고 직원 10%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후 노사 협조를 확인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10년 동안 도요타 회사 측은 오직 한 가지, 소통에 힘썼습니다. 당시 도요타 인사부장은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다섯째도 소통”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길은 소통을 통한 신뢰 형성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과제는 무엇인지요.
“판매량은 품질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곧잘 ‘수량 제일주의’에 빠집니다. 도요타도 GM을 따라잡을 때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최근 세계 1위를 노리던 폭스바겐이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위 기업이 바로 눈앞에 있으면 따라잡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죠. 헌데 양에 집착하면 품질에 문제가 생깁니다.”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치열합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은 중요한 기술 진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율주행을 위한 자율주행’이라고 보일 정도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래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고령 운전자 급증, 교통 소외지역 해결, 서비스업에서의 노동력 부족, 젊은 층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 저하 등 현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신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폭스바겐에 이어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의 연비 조작이 불거졌습니다.
“도요타 리콜 사태나 미국의 현대차 연비 제재도 근본 원인은 모두 같다고 봅니다.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은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각국의 환경 규제와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방정식을 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회적 요청에 따라 기업이 보기에 다소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설계에 실패하고, 실패를 아예 파악하지도 못하거나 감추고 묵과하는 불상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개선하고 발전하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친환경차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 전기차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차종이 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일은 21세기 전반에는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차세대 차량이 용도에 맞게 쓰이는 ‘다양성의 시대’가 이어질 것입니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당분간 일정 지역 안에서 카셰어링(차량 공유) 등에 쓰일 것입니다. 반면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긴 반면 충전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 경로가 정해져 있는 노선 버스 등에 적합합니다.”
▷최근 고급차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급차는 품질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우면서 클래식한 디자인,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 등 자동차의 성능 향상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무형자산을 오랜 기간 축적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제품이 아닙니다. 도요타의 렉서스는 미국에선 성공했지만 유럽의 벽은 아직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기존 도요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급차 부문은 신흥국 부유층 등에서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후발 주자들은 기존 독일 업체의 강점과 약점을 항상 의식하면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일본에는 엔화 강세, 저출산·고령화,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부상 등이 한꺼번에 덮쳤습니다. 한국도 다양한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죠. 이런 때일수록 성장 전략만큼이나 안정 전략도 중요합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우량한 기업의 생산 공장을 반드시 한국에 남겨야 합니다. 그 기업을 중심으로 탄탄한 산업군을 구축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죠.”
후지모토 다카히로 교수는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는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히는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의 개념을 정립해 경영학계에 처음 소개한 석학이다.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을 2004년부터 맡고 있다. 도요타, 미쓰비시중공업, 고베제강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30여곳이 이 센터에서 후지모토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후지모토 교수는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학자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한국개발연구원(KDI) 파견 근무 당시에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연구했다. 도쿄대 검도부 부장을 맡아 매년 서울대 검도부와 정기전을 벌이는 등 학생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는 《모노즈쿠리 경영학》(2009), 《모노즈쿠리의 부활》(2016) 등이 있다.
△1955년 출생 △1979년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입사 △198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1990년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 △1996~1997년 하버드대 경영대 객원교수 △1998년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2004년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2013년 모노즈쿠리개선네트워크 대표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