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페브리즈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페브리즈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지난 12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도심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P&G의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 한국 기자 42명이 이곳을 찾았다. P&G가 한국에 진출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것.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P&G의 대표 상품 페브리즈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직접 설명하겠다고 마련한 자리다. P&G는 페브리즈를 세계 80개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은 판매량 5위의 중요한 시장이다. 마크 프리차드 글로벌 브랜드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내부적으로 철저한 유해성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1분에 1300번 뿌려야 유해”

P&G "페브리즈, 1분간 1300회 뿌리지 않는 한 인체에 무해"
기자들은 혁신센터 안 실험실로 들어갔다. 자유 리우 연구원이 페브리즈를 뿌리면서 미세한 입자를 측량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를 가동해 측정한 결과를 설명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페브리즈에 함유된 유해성분인 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DDAC) 농도는 분사 시점에 0.032㎍/㎥로 측정됐다. 1분 후엔 0으로 나타났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2011년 발표한 DDAC 안전한도치를 하루 노출량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4.33㎍/㎥이다. 리우 연구원은 “페브리즈는 입자가 크고 비휘발성이라 분사하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져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P&G "페브리즈, 1분간 1300회 뿌리지 않는 한 인체에 무해"
페브리즈의 유해성 논란을 일으킨 성분은 DDAC 외에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도 있다. 이들 성분은 박테리아를 막아주는 보존제 역할을 하며, 뿌리는 즉시 섬유에 있는 입자와 결합한다. 비휘발성이어서 뿌린 뒤 냄새를 맡더라도 코로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리우 연구원은 강조했다. 유해성 기준 농도도 EPA가 정한 기준치를 감안하면 해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P&G 본사 연구개발(R&D)부서에 근무하는 권석 박사는 “한 번 뿌릴 때 1g 정도 분사되는데 DDAC는 공기중에 머물지 않는다”며 “1분에 1300번 이상을 뿌려야 미량이나마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P&G는 1분간 뿌릴 수 있는 횟수가 많아야 200~300회라고 설명했다.

입자 크기가 커 폐까지 들어갈 수 없다고도 했다. 100마이크로미터(㎛) 이상은 중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져 폐로 흡입되지 않는다고 권 박사는 설명했다. 페브리즈의 입자 크기는 85~120㎛다. 호흡기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지만 폐까지는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안 계속될까

P&G 관계자는 “P&G는 수년간의 내부 검증을 거쳐 제품을 출시한다”며 “미국 환경청 인증과 독성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로부터 안전성을 입증받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P&G는 독성학 분야의 전문가인 존 칼드웰 영국 리버풀대 교수에게 페브리즈 등의 성분 검토를 의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P&G가 이런 행사를 연 것은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탈취제 매출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페브리즈를 포함한 탈취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3.3% 감소했다. P&G는 한국에서 생활용품 불안감이 형성된 만큼 성분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시내티=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