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정운호·이민희 세 명 모두 모르는 사람
정무적 책임 질 일 없다"
깊어가는 박 대통령 고민
야당 "전면 개각하라" 공세
우 수석에 신임 두텁지만 국정운영에 부담 커져
그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고,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그만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야권은 우 수석의 해임과 전면 개각을 요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우 수석과 관련한 의혹이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퇴 않겠다’는 우 수석의 해명
우 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으로 찾아와 1시간여 동안 △처가 부동산 매매 △정운호 몰래 변론 △아들 보직변경 특혜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상세하게 해명했다. 우 수석이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우 수석은 우선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브로커 이민희 씨에 대해 “3명 다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처가의 서울 강남 땅 매매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진경준을 통해 김정주 회장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다리를 놔줬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매매 당일 자신이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계약하는 날 장모님이 와달라고 했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나서 살림하던 분이 큰 거래를 하는데 불안하다고 와달라고 해서 갔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정운호 ‘몰래 변론’ 의혹에 대해 “정운호와 이민희를 모르고, 만난 적이 없는데 수임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 “가장으로서 가슴 아픈 부분”이라며 “유학 간 아들이 들어와 군대 가라고 해서 군대 간 것이고, 병역의무 이행 중인데 병역을 기피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아들 상사를 본 적도,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우 수석은 검찰 조사에 대해 “오라면 간다. 부르면 가야지만, (가서 답할 것은) ‘모른다. 아니다’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야권은 우 수석 관련 의혹과 새누리당 실세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정수석을 보호하려다 정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 전면 쇄신과 개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독선과 아집으로 국민을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은 가급적 빨리 버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우병우 뇌관을 제거하고 전면 개각을 해야만 ‘레임덕 폭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우 수석이 춘추관을 찾아와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한 것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우 수석을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또 야권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 수석이 지난해 2월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낙마한 사람이 없었다. 정부 출범 초기 인사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박 대통령이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의혹의 진실 여부를 떠나 우 수석이 정무적 차원에서 용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박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정수석이 비위에 연루돼 사퇴했다는 것 자체가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임현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