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수석연구원 "추리 능력 가진 인공지능 개발이 네이버 목표"
“사람처럼 추리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검색하는 사람의 의도를 추측해 그에 맞는 검색 결과나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김정희 네이버랩스 수석연구원(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이 이끌고 있는 AI(인공지능) 연구팀은 지난달 세계 최고 권위의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회(CVPR)’가 연 ‘VQA 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VQA 챌린지는 각 연구팀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미리 학습한 이미지를 얼마나 정확히 인식했는지를 겨루는 대회다. 이미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여러 질문(예/아니오, 단답형, 주관식 등)의 정답률을 계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네이버랩스 팀은 64.89점을 받아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일본 도쿄대 등 유명 대학 팀을 제쳤다. 우승팀인 미국 UC버클리(66.90점)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지 않다.

김 수석연구원은 “UC버클리 팀은 주최 측이 제공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데이터까지 활용해 컴퓨터를 학습시켰다”며 “주최 측 데이터로만 대회에 참가한 우리보다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순수하게 알고리즘만 놓고 보면 (우리와) 대등한 수준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 수준에 대해서는 빅데이터나 관련 인프라에서 뒤처질 뿐 기술력 자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네이버는 2013년 국내 최초로 네이버랩스에 AI 연구팀을 꾸려 관련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며 “AI 연구에 활용할 빅데이터나 관련 인프라는 (글로벌 IT 기업과 비교해) 다소 열악하지만 기술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음성 인식에서 출발해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등으로 진화한 AI가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보안 솔루션 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 가운데 추리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을 가장 높은 수준의 AI로 꼽았다.

그는 “어떤 사람이 칼을 들고 주방에 들어가는 모습과 잠시 후 칼 없이 나오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연속적으로 찍혔다고 한다면 그 칼은 주방에 있을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다”며 “현재 컴퓨터는 이런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처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특정 사건을 연결해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컴퓨터가 보유하게 된다면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네이버 AI 연구의 강점에 대해 “사용자와 밀착돼 있어 연구 결과를 직접 서비스로 실험해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AI 연구는 대학보다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음성 및 이미지 검색, 기계 번역, 쇼핑 추천 등의 서비스에 AI 기술인 ‘딥러닝’(사람의 신경망을 닮은 기계학습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네이버랩스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라며 “마음 놓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