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왕희지가 남긴 '전설의 글씨'는 어디에
‘천하제일의 글씨’ ‘돈으로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 중국의 전설적인 서예 작품 ‘난정서(蘭亭序)’를 이르는 말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중국 명필 왕희지(307~365)는 353년 봄 저장성 사오싱의 난정에 당대 명사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풍류를 즐기다 즉석에서 지은 시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그 책 서문으로 쓴 것이 난정서다.

많은 이들이 난정서를 갖고 싶어 했다. 화려한 귀족문화와 유려한 문장, 명필이 어우러진 작품이어서다. 난정서를 베껴 쓴 임모본도 수없이 많다. 진본은 알려진 바가 없다.

《난정연회》는 난정서의 진실을 살펴가는 과정을 담았다. 왕희지 사후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나온 문헌부터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고증까지 두루 살핀다. 학계 일부에선 난정서가 아직 발굴되지 않은 황제의 능에 묻혀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임모본이 모두 위작이라는 논란도 있다. 신화 속 성배를 찾아가듯 난정서의 행방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하태형 지음, 한길사, 328쪽, 3만원)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