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키신저 "세계질서는 힘과 정당성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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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헨리 키신저 지음 /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460쪽 / 2만5000원
헨리 키신저 지음 /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460쪽 / 2만5000원
지금 시대는 끊임없이 세계 질서라는 개념을 추구한다. 그에 비례해 혼란은 전례 없이 세계를 위협한다.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고 국지적인 테러가 끊이지 않으며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는 흔들리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지역을 하나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분리 독립을 하려는 세력 또한 만만치 않다.
외교 전문가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93·사진)은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에서 지속가능한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분석했다.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1973년 베트남전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옛 소련과 데탕트를 주도했고 중국과도 관계 재개의 물꼬를 튼 20세기 미국 외교의 산 증인이다. 역사, 전략, 국정운영 기술에 대한 오랜 연구와 고민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먼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세계 질서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역사상 수많은 문명이 등장해 저마다의 관점에서 세계 질서를 세우고자 했지만 모두 보편적인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 유럽, 이슬람, 중국, 미국에서 세워진 네 개의 거대한 세계 질서는 각각 자신의 문명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원칙을 보편적인 것으로 여겼다.
현재 세계 질서로 통하는 것은 약 400년 전 유럽의 베스트팔렌에서 체결된 조약에서 기원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 신교와 구교 세력의 충돌로 시작한 30년전쟁은 중부 유럽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희생된 뒤에야 끝이 났다. 지칠 대로 지친 참전국들은 서로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전반적인 세력 균형을 통해 서로의 야심을 억제하도록 협정을 맺었다. 분할과 다양성이라는 질서의 개념을 처음에는 유럽에서, 이후에는 식민지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로 퍼뜨렸다.
유럽의 반대편에 있는 중국은 황제가 천하를 지배하는 정치적·문화적 위계질서를 수천 년간 유지했다. ‘세계의 중심’인 중국으로부터 한문의 숙달 정도와 문화제도에 따라 세계를 다양한 등급의 ‘야만인’으로 분류했다.
유럽과 중국 사이에 있는 이슬람은 자신들이 신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지배체제를 세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여러 대륙에 걸쳐 전례 없는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제국의 범위를 확대했다. 대서양 건너 신세계에서는 민주 원칙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 미국식 질서가 생겨났다.
저자는 모든 질서는 힘과 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기초로 삼는다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이 정치가들이 할 일의 핵심이다. 힘만 계산하면 모든 의견 충돌이 힘의 시험으로 바뀌게 된다. 힘의 균형을 무시하는 도덕적 금지는 무능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질서는 홀로 행동하는 한 국가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저자는 “보편적인 원칙을 세우려면 다른 지역의 역사와 문화 현실을 인정하는 작업이 먼저”라며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그 체제가 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외교 전문가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93·사진)은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에서 지속가능한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분석했다.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1973년 베트남전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옛 소련과 데탕트를 주도했고 중국과도 관계 재개의 물꼬를 튼 20세기 미국 외교의 산 증인이다. 역사, 전략, 국정운영 기술에 대한 오랜 연구와 고민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먼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세계 질서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역사상 수많은 문명이 등장해 저마다의 관점에서 세계 질서를 세우고자 했지만 모두 보편적인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 유럽, 이슬람, 중국, 미국에서 세워진 네 개의 거대한 세계 질서는 각각 자신의 문명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원칙을 보편적인 것으로 여겼다.
현재 세계 질서로 통하는 것은 약 400년 전 유럽의 베스트팔렌에서 체결된 조약에서 기원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 신교와 구교 세력의 충돌로 시작한 30년전쟁은 중부 유럽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희생된 뒤에야 끝이 났다. 지칠 대로 지친 참전국들은 서로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전반적인 세력 균형을 통해 서로의 야심을 억제하도록 협정을 맺었다. 분할과 다양성이라는 질서의 개념을 처음에는 유럽에서, 이후에는 식민지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로 퍼뜨렸다.
유럽의 반대편에 있는 중국은 황제가 천하를 지배하는 정치적·문화적 위계질서를 수천 년간 유지했다. ‘세계의 중심’인 중국으로부터 한문의 숙달 정도와 문화제도에 따라 세계를 다양한 등급의 ‘야만인’으로 분류했다.
유럽과 중국 사이에 있는 이슬람은 자신들이 신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지배체제를 세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여러 대륙에 걸쳐 전례 없는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제국의 범위를 확대했다. 대서양 건너 신세계에서는 민주 원칙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 미국식 질서가 생겨났다.
저자는 모든 질서는 힘과 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기초로 삼는다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이 정치가들이 할 일의 핵심이다. 힘만 계산하면 모든 의견 충돌이 힘의 시험으로 바뀌게 된다. 힘의 균형을 무시하는 도덕적 금지는 무능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질서는 홀로 행동하는 한 국가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저자는 “보편적인 원칙을 세우려면 다른 지역의 역사와 문화 현실을 인정하는 작업이 먼저”라며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그 체제가 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