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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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주인공인 ‘셜록 홈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명쾌하게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홈스와 같은 명탐정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꾼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탐정이 없다. 증거를 수집하며 단서를 꿰맞춰 가는 탐정 업무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흥신소 넘치는데…'셜록' 설자리는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유일하게 탐정제도가 없는 나라다. 국내는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4호 및 제5호에 따라 사실상 탐정 활동이 금지돼 있다. 과거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10번이나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흥신소에 배우자 등의 위치 정보나 미행을 부탁한 의뢰인들을 불구속 입건하고 의뢰인이 지목한 차량에 위치 추적기를 몰래 설치해 실시간 위치 정보를 수집한 흥신소 업자들을 검거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영업 중인 흥신소는 300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 2월 간통죄 폐지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흥신소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60만원 정도면 일반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위치 추적기를 구입해 실시간 위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다.

흥신소를 찾는 대부분의 의뢰인은 이혼을 앞둔 부부로, 이혼 귀책사유가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을 법원에 입증하기 위해 증거 수집 차원에서 흥신소 문을 두드린다. 이혼 소송 시 법원이 혼인 파탄 원인 및 파탄에 기여한 책임 정도에 따라 위자료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탐정이 공식적으로 활동해 왔다. 미국에선 1850년 처음 탐정 업체가 등장했다. 앨런 핑커턴이란 탐정이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핑커턴 탐정 사무소가 그 시초다. 핑커턴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암살 기도 음모를 사전에 알아낸 공로를 인정받아 나중에 링컨 대통령의 경호를 맡기도 했다.

미국 내 탐정업은 주마다 탐정업의 효율적 규제와 활성화 방식이 혼용되고 있고 소송절차에서 변호사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경호·경비·민간조사 등이 결합한 보안 업체 형태로 발전했다.

홈스의 고향인 영국은 2001년 ‘민간보안산업법’을 제정했다. 과거 특별한 면허나 자격이 없이도 자유롭게 탐정업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업무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법으로 제도화했다. 현재는 국가 직업 인증을 받아야만 탐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일본에선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탐정이 일반인의 실생활에 자리 잡았다. 일본에는 총 6만여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탐정이 50명이다. 탐정업이 합법화된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불륜 관련 업무가 주요 수익원인 국내 흥신소와 달리 업무 범위도 넓다. 기구치 회장이 운영하는 탐정업체 ‘아자부리서치’의 활동 분야를 보면 불륜 관련 업무는 10%에 불과하다. 재판 증거 수집, 상속인 소재 조사 등 변호사 위탁 업무가 절반을 차지하고 인수합병(M&A) 조사와 같은 기업 관련 업무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김현기 한경비즈니스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