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내 1, 2당 대표를 뽑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양당 10여명의 출마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파청산’ ‘정권교체’ 등 출마 명분을 내세운 각 당 예비후보들은 이제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따져보고, 지지세가 겹치는 후보와의 단일화 등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통상 ‘아파트 한 채값’(기탁금 포함 3억~5억원 추정)이 드는 경선비용을 감내하고 완주할지, 중도 사퇴할지 등 현실적 문제와도 마주해야 한다.
3억~5억 비용 감수?…당대표 출마자들의 '손익계산서'
8월9일 치러지는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기탁금은 총 1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은 출마 후보들이 내는 기탁금이다. 출마를 선언한 6명이 1억원씩을 내야 한다. 단일화 등으로 중도 사퇴자가 나오면 후보들이 분담해야 할 기탁금은 더 늘어난다. 기탁금 외에도 사무실과 조직 운영비, 선거운동 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당 대표 경선비용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각 후보 캠프마다 천차만별인 데다 부정 선거운동의 사후 논란을 의식해 저마다 쉬쉬하고 있어서다.

과거 당 대표 캠프에 참여한 한 당직자는 “투표권이 있는 30만 당원에게 문자 하나 보내는 데만 1000만원 이상 든다. 이 밖에 선거사무실 운영비와 자체 여론조사 비용,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 밥값 등 정확하게 얼마나 드는지 후보 빼곤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최대한 긴축해도 3억~5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 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더민주의 전대 비용은 당의 별도 지원 없이 후보자들이 갹출한다. 더민주 당권 출마자는 3명뿐이어서 부담해야 할 기탁금도 새누리당 후보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지난 전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각 후보의 기탁금이 최소 1억50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당 중진의원들이 앞다퉈 전대에 뛰어드는 것은 출마 선언만으로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컷오프 통과가 불투명하거나 본선 경쟁력이 없는 일부 후보는 존재감을 높이는 데 만족하고 후보 단일화를 통한 중도 사퇴 등 퇴로를 고민하게 된다. 출마 후보들이 후보등록일(새누리당 29일, 더민주 27~28일) 전에 사퇴하면 기탁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각 당 후보캠프마다 전대 완주와 중도 포기에 따른 득실을 따져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 당권 도전에 나선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전대에 출마해 수억원을 썼지만 당내 정치적 위상은 물론 대중적 인지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해 본선에서 10% 정도 지지율만 얻으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