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분기 실적을 전망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을 단기성과에 집착하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등 13명의 CEO는 바람직한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에 대한 최근 1년간의 토론 결과를 담은 성명서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 형태로 21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성명서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세계 최대 채권펀드회사 뱅가드의 빌 맥냅 회장을 비롯해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메리 바라 GM 회장에 이르기까지 금융과 제조업을 아우르는 거물급 CEO가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분기실적 전망치가 경영진의 부담을 높여 오히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기업가치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장사들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매출과 순익 전망치(가이던스)를 함께 제공한다.

버핏은 이날 CNBC에 나와 월가의 ‘수익률 맞히기 게임’을 비판하며 “가이던스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이는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적이 가이던스에 못 미치면 CEO가 이를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시도를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핑크 회장도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기실적 전망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먼 회장도 FT에 “토론자 대부분 분기실적 전망을 제공하는 것에 반대했다”며 “이번 성명이 분기실적 전망을 중단하려는 기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4월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분기실적이 애널리스트 전망치와 비교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성명서에 참여한 13명 중 유일한 행동주의 투자자인 제프 우벤 밸류액트캐피털 CEO는 “이사회가 단기실적 전망에 지나치게 지배당하고 있다”며 “기업의 장기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1년간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원칙도 함께 발표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그러나 가이던스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가치 보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만큼 투자자에게도 과거 실적보다 향후 매출과 수익전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