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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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은 24일 “개혁적 보수 정권이 유지되도록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명륜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지난 4월 총선에서 선택받지 못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총선 패배 뒤 100여일간 자숙의 시간을 가진 오 전 시장이 대선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는 사무실 이름을 ‘共·生(공·생)연구소’라고 짓고 대선을 위한 ‘내공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경쟁이 위대한 경제적 성과를 이룬 원동력이 됐다면 이제는 공존으로 화두를 옮겨가야 할 시점”이라며 “극심한 양극화 문제를 타개할 비전을 누가 호소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다음 대선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이름을 ‘共·生(공·생)연구소’라고 한 것에 그런 고민이 담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조선, 철강,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선진국 기술을 습득해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 전략’을 펴면서 버틴 업종들이 앞으로 10년 더 우리 경제를 이끌 수 있느냐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전통적 제조업에 무인차, 전기차, 사물인터넷, 핀테크(금융+기술), 바이오 신소재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융합하면 일자리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속세제 개정 필요성을 집중 거론했다. 현재의 세율(최고세율 50%)로는 상속을 통한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 편법이 동원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고경영자가 기업을 키우고 매출을 늘려 사람을 고용하는 게 ‘과연 (상속에) 도움이 되나’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나 무서운 자체 검열인가”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기업의 발전은 사라진다”고 했다. 회사를 잘 키우는 게 아니라 잘 물려주는 데 몰두한다면 기업 경쟁력에 엄청난 장애사유가 발생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원활한 부의 상속 및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도록 세제를 고치고, 기업은 수익을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쓰도록 하자는 ‘빅딜’을 제안했다. 오 전 시장은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이 대표적인 예”라며 “오너는 경영권 외에 아무것도 없으며, 기업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가를 위해 쓴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부자들도 어렵게 돈을 벌었다. 그런데 부자가 죄인인 것처럼 부자세를 내라, 법인세를 더 걷자고 한다”며 “마치 로빈 후드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정의구현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의 보편적 복지를 비판하며 △감당 가능한 재원 내 지원 △취약계층일수록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 △노동의욕을 꺾는 현금 분배형 지양 및 일자리 창출 지원 등 세 가지 복지원칙을 소개했다. 그는 《왜 지금 국민을 위한 개헌인가》라는 책이 곧 나올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큰 성과를 이뤄낸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주장은 정파적 유불리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단임제가 문제 있다면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선 “갈등을 조장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것을 개선하고자 만들었는데, 국회는 훨씬 무능해졌고 법 하나도 처리를 못 하는 후진화법이 돼 버렸다”고 했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수시로 미사일을 쏴대고 핵실험을 하는 존재가 있는 상황에서 방어 무기를 도입하는 데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할 만큼 했다고 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전승절 기념식 행사장에 앉은 것을 보고 심정이 편치만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가입했는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우리 정부가 만족할 만한 수준도 아니고 우리에게 돌아온 실익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시리즈’로 실망시키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선을 치를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값진 경험이 정책 노하우로 승화된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역량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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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선임기자/박상익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