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 김포와 강화군 길상면을 잇는 초지대교를 지나 자동차로 20분가량 해안도로를 달리자 넓은 갯벌과 백사장으로 잘 알려진 동막해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막해변 뒤편에 자리 잡은 해발 469m 높이의 마니산 자락엔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유럽풍 고급 펜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동막해변에서 마니산을 끼고 해안도로를 30여분 달리는 동안 바닷가와 산자락 곳곳에 펜션과 고급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마니산 자락에 있는 D카페에 들어가니 평일인 데도 바닷가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상복 강화군수
이상복 강화군수
2000년대 초반까지 대표적인 낙후도시였던 인천 강화군이 수도권의 명품 관광휴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수십년간 군사접경지역과 문화재보호구역, 자연환경보전구역 등으로 묶여 개발이 지체됐지만 문화·자연유산을 활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관광·레저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강화도를 비롯해 강화군을 찾은 관광객은 250만명 수준이다. 관광객 수만 놓고 보면 10여년 전에 비해 50만명 가량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엔 전등사와 갑곶돈대 등 강화도의 일부 관광지만 들르는 ‘당일치기’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강화군에서 먹고 자면서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강화군의 설명이다.

당시만 해도 강화도 남부지역에서는 동막해변을 빼면 이렇다 할 숙박업소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엔 온통 논밭과 갯벌만 펼쳐져 있었다. 외지인을 꺼리는 강화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도 한몫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강화에선 지역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 ‘끼리끼리’ 문화가 있었다”며 “관광지를 찾는 외지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04년 7월 ‘주5일제’가 도입된 뒤 강화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강화군은 과거의 낡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다 할 공장 하나 없는 강화에서 관광수입이야말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해안가와 산자락의 펜션, 카페는 자연환경 및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허가했다. 이런 강화군의 노력에 힘입어 2006년 277곳이었던 펜션 등 민박업소가 올초 618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갯벌 등 강화군이 보유한 천혜의 자연환경도 적극 활용했다. 여차리와 동막리를 잇는 강화도 남부 강화갯벌 면적은 105㎢로,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는다. 강화갯벌은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 동식물이 아니라 갯벌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강화갯벌이 처음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갯벌 체험 등이 본격화된 것도 2000년대 중반부터다. 행정자치부에서 30여년간 근무하다가 2014년 7월 취임한 이상복 강화군수는 “중첩된 규제를 받고 있는 강화에서 빼어난 자연환경과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강화군은 내년 말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강화도 남부에 있는 길상산(해발 336m)에 내년 말 길상스키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인근에 대규모 리조트도 조성될 예정이다. 이 군수는 “스키장이 건설되면 봄과 여름, 가을뿐만 아니라 여행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며 “2018년까지 연간 관광객 700만명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강경민/고윤상 기자 kkm1026@hankyung.com